현대 對北통신사업 "잰걸음"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이 통신사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8일 현대그룹의 대북협력사업단이 실무협의차 북한을 방문하기로 함에 따라 현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북 통신사업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현대의 대북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몽헌 회장이 최근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을 예방, 사업 현황과 과제를 설명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금강산 관광 못지 않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강산과 서해공단 개발을 축으로 한 현대그룹의 대북협력사업 가운데 통신프로젝트는 지난 6월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의 방북시 「추후 협의하기로 한다」는 원론적 부분만 약속된 사항이다. 그러나 인프라 성격이 강한 통신부문의 비중 및 통신사업에 대한 현대의 의지, 북한의 통신현대화에 대한 열망이 맞물릴 경우 금강산 개발에 버금가는 현대의 핵심 대북사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양해 및 지원 정도에 따라 현대가 북한내 일정지역의 통신서비스 사업권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대북통신사업을 경쟁기업이나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위탁 혹은 의존하기보다는 계열사인 현대전자를 통해 직접 수행키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나섰다.

우선 금강산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북한 현지의 유무선 통신망 구축이 수반돼야 하고 관광객의 통신지원을 위해서는 국제전용회선을 구축해야 한다. 이 정도만 해도 어지간한 국내 사업규모를 능가한다.

서해안에 건설 예정인 공단조성도 결국 통신망 구축 및 통신서비스 프로젝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다는 점 때문에 남북통신망 연계구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현대그룹의 대북 프로젝트는 지난 95년 성사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는 상당히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5년 성사된 KEDO통신망 구축프로젝트는 한국통신이 KEDO통신사업자로 선정됐으나 그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한국통신은 당시 북한 신포지구와 남한 전역간의 통신서비스는 물론 전용회선 서비스를 담당했으나 회선구성에서는 인텔샛위성과 해저케이블을 이용, 일본을 경유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북프로젝트는 북한 당국의 전폭 지원이 뒤따르고 현대그룹의 투자까지 전제돼 있어 현대는 실질적인 북한내 통신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는 이에 따라 북한지역내 현대의 독자적인 통신망 구축사업도 예상하고 있으며 남북 통신지원도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에서 탈피, 무궁화위성을 통한 전용회선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안은 무궁화위성, 주파수공용통신(TRS)망 구축 등 다양하다. 교환기나 사설교환기(PABX) 등 장비 납품 및 TRS를 통한 서비스 운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인휴대통신은 내년 6월부터 상용서비스에 나서는 범세계 위성이동통신을 직접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구상은 현대전자가 글로벌 스타 사업에 뛰어든 상태여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현대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대북 통신사업은 남북한 정부의 지원 수준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작게는 대북협력사업을 위한 통신지원을, 크게는 북한의 통신부문 현대화와 연계한 통신장비 공급과 이동통신 등 대북 통신사업권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북통신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정통부도 적극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진척 정도에 따라 남북한 통신당국자간 협의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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