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조합-대책위원회, "선인상가 인수" 팽팽한 대립

지난해 선인상가의 운영업체인 선인산업의 부도로 표류하고 있는 선인상가의 인수를 놓고 선인상가임차인조합과 선인상가대책위원회가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인산업은 상가를 담보로 서울제강, 선인교역, 선인정보통신 등에 4백66억원의 지급보증을 섰으나 지난해 이들 회사의 연쇄부도 여파로 함께 부도처리됐다.

선인상가 임차인과 입주상인들은 선인산업의 부도로 위기를 맞은 상가의 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선인상가 상우회와 번영회 및 대책위원회를 통합한 선인프라자발전협의회(선발협)를 발족시켰다. 하지만 이들의 공조체제는 임차인과 입주상인들의 견해 차이로 화음이 계속되자 결국 임차인측은 선발협의 탈퇴, 지난 4월 선인산업임차인대책위원회(위원장 고광철)를 새로 출범시키면서 무너졌다. 임차인대책위원회는 이후 채권자들로부터 상가를 임의매수 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차인조합을 설립했다. 임차인조합의 목표는 현재 채권은행에 묶여 있는 4백66억원의 근저당설정을 임차인들의 분담금으로 해제하는 방법으로 상가를 임의매수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입주상인들이 지난 22일 선인상가대책위원회(위원장 한동환)를 발족시켰다. 현재 상업은행이 상가를 경매에 붙여놓은 상태여서 임의매수는 불가능하므로 대책위원회가 경매에 직접 참여, 경락을 통해 상권을 유지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외관상으론 이들 두 단체가 지양하는 바는 상권 확보라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으나 내면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선인상가 전체 매장 가운데 임차인이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임차인이 매장을 재임대한 경우로 임임차된 매장들이다.

문제는 임치인과 임임차인과의 관계이다. 임차인조합은 상인과 임차인으로, 최근 설립된 대책위원회는 상인과 임임차인으로 구성됐다. 임차인조합측은 임의매수를 해결방안으로 보고 있고 대책위원회는 경략을 통한 상가 인수를 주장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임차인 조합측은 임의 매수를 통해 채권자들로부터 상가를 인수하게 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존 상권은 유지할 수 있음은 물론 임임차인들에 대한 권리도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임자인들은 현재 채권자들로부터 가압류 통지서가 각 매장에 속속 날아들고 있고 상업은행에 의해 상가가 경매에 붙여지는 등 임차인조합의 임의매수 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경락을 통해 상가를 인수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을 지킬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원회측은 임차인조합이 경매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이어서 경매시 상가를 경락받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 임차인조합이 경락받더라도 현재 임임차인에 대한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임차인들의 임의 매수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비용으로 매장 재임대료 폭등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차인조합측의 견해는 다르다. 최대 채권자인 경기은행의 퇴출로 한미은행과 다시 협상해야하는 처지지만 지난 몇 개월간 경기은행과 신한은행이 임의매수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한미은행과의 협상도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보증금 반환문제에 대해서도 임차인과 임임차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환할 것이지만 오히려 임임차인이 상가를 경락받으면 선인산업측에 임대료를 지불한 임차인을 내모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대책위원회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 두단체의 갈등은 결국 매수나 경락 과정에서 상대방이 주도적인 입장이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이 원인이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두 단체간의 갈등은 첨예한 대립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어 불투명한 선인상가의 앞날과 함께 이들 단체의 불협화음은 쉽게 조율되지 않을 전망이어서 관계자들을 안타깝게하고 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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