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월요 연구소 탐방 (11);일진소재산업 부설 연구소

일진소재산업(대표 김규섭)이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을 본격 생산한 지 올해로 만 10년을 맞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국내 PCB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 올해 1조2천억원 정도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5위의 생산국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국내 PCB산업이 고속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까닭은 동박이라는 PCB 핵심 소재가 뒤를 받쳐주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상 국내 동박산업을 이끌어온 일진소재산업 부설연구소의 김윤근 소장은 『전세계 동박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일본업체들은 일진이 이 사업에 참여키로 하자 가격 덤핌을 비롯한 각종 견제 수단을 동원해 일진을 압박해왔다』고 술회하면서 『이제는 국내 PCB업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접착동박(ACF) 8천톤, 비접착동박(UCF) 6천톤 등 연간 총 1만4천여톤의 동박 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3대 동박업체로 부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7년 서울대신소재공동연구소와 공동으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동박개발에 뛰어들었을 당시 무모한 도전이라는 게 주위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같은 주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소재 국산화만이 전자대국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신념아래 거의 반평생을 동박 개발에만 전념해온 국내 유일의 동박맨이다.

『지난해 5천만달러 상당의 동박을 수출할 정도로 세계 PCB업체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나 앞으로 개척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고 밝힌 김 소장은 『우선 현재 외산제품이 절반 정도 국내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UCF의 완전 대체가 급선무』라면서 국내 PCB원판 및 PCB업체와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 정보통신기기가 갈수록 경박단소화됨에 따라 신코어로 불리는 초박원판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대응한 동박의 초박판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에 소요되는 마이크로 BGA(Ball Grid Array), 차세대 통신기기에 적용되고 있는 빌드업(Build-up), 임피던스보드 등에 적용되는 차세대 동박이 일진소재산업이 앞으로 개발해 나갈 분야다.

동박연구소가 현재 전 연구진을 동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박류는 HD(High Ductility), HTE(High Temperature Elongation), LP(Low Profile) 등 3가지. HD동박은 노트북PC, 핸드헬드PC(HPC) 등에 중점 채택되는 동박으로 완제품이 자주 휘더라도 회로가 끊어지지 않도록 유연성을 극대화한 것이고 HTE는 내열성이 강해 열이 많이 발생하는 첨단 정보통신기기 등에 중점 채택될 차세대 동박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외국 기업들은 차세대 동박 기술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 기술 전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김 소장은 『그러나 국내 PCB산업이나 전자정보통신기기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데 하나의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심정으로 독자 기술로 이들 차세대 동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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