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지도" 바뀐다 (23);2차전지시장

2차전지가 반도체, LCD에 버금가는 유망 산업으로 부각되자 국내 대기업들은 수년전부터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투입, 2차전지 개발에 총력을 경주해오고 있다.

올초까지 2차전지 사업에 참여한다고 선언한 업체만도 삼성전관, LG화학, SKC, (주)새한, 효성생활산업, 한국타이어, 한일시멘트, 현대자동차, 성우에너지 등 10개사를 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재벌그룹 관련 계열사이다.

이처럼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재벌그룹 계열사 일색인 것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웬만한 자금력이 없는 기업은 참여할 엄두조차 못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간에 걸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온,니켈수소 등 2차전지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설비를 갖춘 기업은 아직까지 전무한 실정이다.

이들 기업이 2차전지를 본격 생산하지 못하고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까닭은 우선 원천기술이 전무하고 양산설비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세계 2차 전지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2차전지 관련 기술 및 설비의 국외 반출을 꺼리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 2차 전지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갈수록 늘어나자 이들 2차 전지업체들은 최근들어 전지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효성생활산업 등 일부 업체는 아예 이 사업에서 손을 들었고 일부 업체는 개발 기종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2차전지업계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차세대 2차 전지로 불리고있는 리튬폴리머전지이다. 일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 등 기존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일본과 동일한 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리튬폴리머전지가 오히려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또 휴대폰, 노트북 PC 등 휴대형 정보통신기기에 장착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가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어 구미지역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는 점도 수출에 무게를 두고 전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전지업체에게 리튬폴리머전지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리튬폴리머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처럼 폭발하지 않는 장점 이외에 에너지밀도가 높고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장점까지 지녀 디자인이 강조되는 미래 정보통신기기의 유력한 전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리튬폴리머전지가 차세대 유망 2차 전지로 부각되면서 한일베일런스, (주)새한, 삼성전관, 현대자동차, 코캄엔지니어링 등 5∼6개 전지업체들이 이 사업 참여를 선언했거나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리튬폴리머전지 사업에 참여한 한일베일런스는 올 연말까지 양산설비를 갖추고 내년초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주)새한도 내년초까지 리튬폴리머전지 파일러트 라인을 설치, 오는 2000년 초부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삼성전관, 현대자동차 등도 리튬폴리머전지 개발을 위해 외국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지분을 참여한 말레이시아 슈빌라사로부터 리튬폴리머전지를 공급받아 일부 휴대폰 기종에 장착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주요 2차전지업체들이 리튬폴리머전지 사업에 속속 참여함에 따라 내년초부터 국내 2차전지 시장에서는 일본업체가 주력 공급하고있는 리튬이온전지와 국산 리튬폴리머전지간에 시장주도권을 둘러싼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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