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항공기 개발 "추락" 위기

수백억원을 쏟아 부은 정부의 중형 항공기 개발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23일 산업자원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4년부터 추진해 온 중형 항공기 개발사업은 그동안 확실한 합작 파트너를 찾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 연말 가까스로 이스라엘 IAI社와 합작방안 모색에 들어갔으나 이 또한 성사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존폐를 결정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정부와 삼성항공 등 14개 항공관련 민간업체가 공동으로 구성한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은 지난해 12월 IAI社와 공동개발 협상에 들어가 최근까지 우리측 협상팀을 이스라엘에 파견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제작항공기의 수요처 확보와 항공기 판매가격 등에서 의견이 엇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의 합작으로 개발을 서두르는 항공기는 당초 계획한 701백인승 짜리 중형 여객기가 아니라 중소형 화물기인 「에어 트럭」이어서 장래의 사업성 분석과 기술도입 여부는 덮어둔채 어떤 식으로든 성사만 시키고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측의 판매처인 미국의 페덱스社가 대당 1천2백만달러나 하는 「에어 트럭」 1백대를 매입하겠다는 계약체결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합작이 이뤄질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스라엘측은 또 합작으로 제작할 항공기와 부품가격을 턱없이 낮게 제시해 합작 가능성을 떨어 뜨리고 있으며 만약 이스라엘과의 합작이 무산될 경우 사업자체가 더 이상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처럼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중형기 개발사업에 쓰일 올해 예산을 산자부가 올린 1백80억원의 10%도 안되는 10억원으로 책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의지를 읽게 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항공기 제작업체들은 당초 중국과의 합작을 통해 12억달러를 들여 중형기를 개발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했으나 지분 배분문제로 지난 96년에 무산됐고 이후 유럽의 에어, 네덜란드의 포커社 등과도 연이어 접촉을 시도했으나 사업파트너를 찾는데 실패 했었다.

지금까지 정부는 2백억원을, 민간 업체들은 2백50억원을 각각 사업에 쏟아 부어 사업이 중도에 무산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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