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디지털TV 생산거점 "저울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TV의 시판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디지털TV의 생산을 과연 어디에서 해야할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TV를 21세기 승부사업으로 삼고 심혈을 기울여온 양사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이 표준으로 채택한 ATSC방식 디지털TV를 세계 어느 업체들보다 먼저 개발하는 쾌거를 올렸다. 더욱이 양사는 기술개발에서뿐 아니라 11월부터 전파가 발사될 고선명(HD) 디지털방송을 시청할수 있는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등 미국향 디지털TV에서 숙적인 일본업체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양사는 기술개발과 상품화에서 모처럼 잡은 선점의 효과를 판매우위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아래 마지막 승부처인 생산과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과 LG가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생산거점을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한국산 TV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규제라는 걸림돌때문에 각자대로의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국내생산과 현지생산을 놓고 저울질을 해왔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반덤핑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품질과 생산성 때문이다.

디지털TV는 초기모델은 아무래도 대중들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좌우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로 구매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품질을 높이고 불량율을 줄여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과 생산성이 높은 국내에서 생산하는게 가장 믿을만 하다 판단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올초 신규사업추진그룹을 발족시키고 품질과 생산성이 확실한 디지털TV 생산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삼성이 국내생산을 추진한 또하나의 이유는 미국의 한국산TV에대한 반덤핑규제가 조만간 풀릴 것이라는 계산도 고려됐다. 삼성은 계속된 반덤핑심사에서 극소마진판정을 받는등 반덤핑족쇄에서 풀릴수 있다는 분위기가 고조돼왔다.

그러나 삼성은 디지털TV의 시판이 2달여남짓 남은 이때까지 반덤핑규제의 해소가 차일피일 미루어지자 현지생산쪽으로 전략을 선회할 움직임이다. 반덤핑규제 때문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느니 차라리 현지생산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은 이를 경우 품질과 생산성 안정을 위해 생산인력을 모두 국내에서 파견한다는 방침이다.특히 삼성은 디지털TV 핵심칩세트를 미국의 LSI로직사의 제조설비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공장에서 디지털TV를 생산할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부품 원산지규정을 쉽게 맞출수 있어 현지생산으로 쉽게 돌아설수 있다.

LG전자는 애초부터 미국의 제니스에서 초기모델을 개발하고 생산한다는 전략이었다. 제니스가 미국시장의 디지털TV사업을 담당할 경우 까다로운 반덤핑규제등에 제약을 받지않고 수월하게 일을 진행시킬수 있는 잇점을 안고 있는 LG전자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때문에 LG전자는 핵심칩세트를 LG반도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제니스가 미국내에서 디지털TV를 생산할 경우 한국산 칩세트를 채용하더라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전자는 막판에 고민에 빠졌다. 제니스가 그사이에 회생절차를 밟게 되었기 때문에 제니스공장에서의 생산이 과연 바람직한가에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특히 핵심칩세트를 국산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자사의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하더라도 원산지규정을 맞추기가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LG전자는 어떻게 하면 제니스를 십분활용해 반덤핑규제를 피하고 생산도 효과적일수 있는지를 두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양사는 디지털TV 산업활성화 정책에 무게를 싣고 있는 미국이 시장초기에 많아봐야 월 1-2천 여대에 지나지 않는 한국산 디지털TV에 대해 기존 아날로그 TV처럼 까다로운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버리지 않고 있다.

삼성과 LG는 일단 초기모델도 현지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상황에따라 생산거점의 결정은 뒤바뀔수 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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