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시장. 현재 LCD업체들은 투자를 중단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LCD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외국업체들의 자본 유입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때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시장이 올들어 「뜨는 해에서 지는 해」로 여겨질 정도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의 3사 정립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현대전자가 가장 먼저 SOS를 치고 나섰다. 현대전자는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과 맞물려 지난해 일본업체에 발주한 3.5세대 TFT LCD 생산라인의 도입을 보류와 함께 외국 투자자를 찾고 있다.
지난달 중순께 열린 「간부와의 대화」에서 김영환 사장은 사업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6천억원이 투자된 LCD사업의 규모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와 합작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전자의 LCD사업 정리설이 외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데 대만의 U사와 합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에 이어 LG전자도 LCD사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LG반도체의 경영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LG반도체에서 맡고 있던 영업을 전자로 이관함으로써 생산과 영업을 전담하게 된 LG전자는 현재 P사 등과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일본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생산국인 우리 업체들의 입지는 대만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흔들리고 있다.
우리 업체들은 지난 97년만 해도 22억달러 가량을 투자했으나 올 들어선 당초 계획한 15억달러에 크게 못미친 1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 반해, 대만업체들은 향후 2∼3년 내에 11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만업체들의 TFT LCD 투자 뒤에는 일본업체들의 입김이 서려 있어 우리 업체들의 미래가 암울한 실정이다.
TFT LCD시장과 마찬가지로 STN LCD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TN LCD업체들은 하나 같이 투자를 보류하면서 채산성을 상실한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삼성전관은 최근 STN LCD의 유휴설비 1개 라인을 임대공장인 중국 동관공장으로 이전해 LCD모듈과 LCD폴(POL)을 각각 월 50만개와 월 1백만개씩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92년 한독의 LCD사업을 인수한 오리온전기도 적자사업인 STN LCD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한국전자도 투자를 전면 보류하면서 대만업체들과 자본합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다 보니 브라운관에 이후의 차세대 시장으로 불리는 LCD시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STN LCD시장은 대만업체에 뒤처졌으며 TFT LCD도 국내 업체의 구조조정으로 오는 2000년에 가면 대만업체들이 국내 업체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TFT LCD에서 밀려날 경우 모니터와 그 다음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영원히 뒤처지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브라운관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세계 제1위의 생산국 위치를 지키고 있다』면서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관련 디스플레이 산업이 살아나 줘야만 가능한데 TFT LCD에서 도태될 경우 브라운관의 이후의 세대를 준비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다시 LCD산업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의 지원책 마련과 함께 특히 막대한 투자비가 뒤따른 TFT LCD산업에 대해 기업들의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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