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CNC장치 "설땅 잃는다"

국산 컴퓨터수치제어(CNC)장치 업계가 내수부진과 공작기계업체의 국산 CNC장치 외면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터보테크, 한국산전, LG산전, 삼성전자, 현대정공, 통일중공업, 기아중공업 등 국산 CNC업체들은 수출되는 공작기계용 제품공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공작기계 업체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작기계업체들이 내수부진을 수출로 타개하는 데 전념하면서 외국 유저가 선호하는 일본 파낙사 및 독일 지멘스사 CNC장치를 선호, 그동안 가격경쟁력 우위에 힘입어 채택해 왔던 소량의 국산제품마저 기피하게 된 때문으로 지적된다.

특히 공작기계사업과 CNC장치 영업을 병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작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한 CNC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업부문의 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IMF 관리체제 전만 해도 국산 CNC장치 업계는 공작기계 업체들의 국산 CNC장치 채택 붐에 힘입어 수출용 제품에 국산 CNC장치를 채택하는 비중을 높여왔으나 최근 내수시장이 붕괴된 데다 해외시장에서의 낮은 브랜드, 품질 인지도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이같은 국산품 외면현상이 가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객들이 유명 브랜드 위주의 제품을 선호,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CNC장치 산업의 특성에 따라 이러한 현상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CNC장치 업체들은 생산원가 절감, 인원 감축 등 기초적인 전략에서부터 업체간 기술 및 생산설비 공유, 사업 중단, 인수합병(M&A) 등에 이르는 총체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실제로 최근 들어 관련업계 및 단체에서는 가업체들의 CNC사업을 통합한 별도회사를 설립해 수치제어(NC)장치 기술개발을 전담토록 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국책프로젝트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작기계의 핵심인 CNC장치에 대한 기술자립 없이는 국가의 산업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며 『CNC장치 업체들은 「국산품 애용」이라는 소비자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캠페인식 마케팅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제품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며 정부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매년 상당한 규모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사업추진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CNC산업분야를 대표적 중복, 과잉투자 산업으로 꼽고 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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