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간 고소 등 신경전이 팽팽했던 시외전화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수요급감이란 전반적인 매출부진 상황으로 혼탁과열 경쟁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조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모두 시외전화부문에 대해 「너 죽고 나 살자」식의 혼탁, 과열경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서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양사 관계자들은 이제 시외전화시장은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닌 윈윈(Win-Win)전략이 유지될 것이라고까지 설명하고 있다.
사전선택제를 중심으로 한 가입자 모집과 시장점유율 제고, 매출증대를 놓고 양사가 벌인 혼탁 과당경쟁 및 신경전은 통신업계내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같은 양사의 관계개선은 매우 의외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사의 관계개선은 지난 5월 데이콤의 시외전화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의 할인율 축소발표에서 그 단초가 드러났었다. 낮은 시외전화료와 대폭적인 할인상품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했던 데이콤이 할인율을 대폭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통신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양사의 신경전을 익히 알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은 데이콤의 시외전화할인율 축소에 대해 한국통신이 광고 등을 동원해 전면공격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의외로 한국통신은 무반응이었다.
양사관계의 화약고였던 사전선택제를 축으로 한 가입자 모집도 예전과 달리 잡음이 없다. 이전에는 한국통신의 일선전화국이 가입자 영업에 나서면서 부당영업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데이콤의 항의와 제소가 통신위원회에 빗발쳤지만 최근에는 한산하다. 데이콤측은 이를 두고 한국통신이 일선전화국의 평가제도를 절대평가로 바꿈으로써 대립관계가 많이 완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요부진에 허덕이는 시외전화시장에서 양사의 접전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양상이 벌어지는 것은 두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먼저 다른 상황도 아닌 IMF체제에서 시외전화시장을 둘러싼 출혈경쟁은 백해무익하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특히 치열한 할인경쟁에 대해서는 각 사업자 모두 수익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통신은 매출액 기준 90%, 가입자 기준 94.5%를 차지하는 등 올해들어 시장지배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데이콤의 몰락이 어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연결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있을지도 모를 외국통신사업자의 시외전화시장 직접진출 및 외국사업자에 대한 데이콤의 경영권 양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시외전화시장이 단순히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경쟁이 아닌 유선통신과 이동통신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전국 단일요금체계를 갖고 있는 이동전화가 1천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동전화사업자가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모두의 공동 라이벌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은 데이콤이 아닌 이동전화, 특히 SK텔레콤을 가상의 적으로 삼는 새로운 전략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데이콤과 한국통신의 밀월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별정통신사업자의 향배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가입자모집 대행업을 중심으로 한 별정통신사업자, 특히 대기업 계열이 데이콤과 한국통신 사이에서 움직일 경우 시장은 또다시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모두 하반기말 이후부터 예상되는 대기업 계열의 별정통신사업자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시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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