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상관계법 "갈 길 멀다"

정부와 여당의 영상관계법(영화진흥법,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 공연법)개정안은 검열철폐와 같은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일단 과거 권력집단 편의에 따른 규제중심의 영상관계법을 개정,영상산업의 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하겠다는 새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은 평가되나 몇몇 부문에서 반발점이 내포돼 있는 등 개정이 이뤄지기까지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변화인 「완전등급분류제 및 등급외 영화 전용관 허가」는 영화인들의 숙원이 실현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등급외 전용관의 등장으로 창작인(영화제작인)들이 「가위질」의 부담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자유롭게 창작,한국영화의 질이 깊고 폭넓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명확한 기준없이 심의위원 개인의 「윤리」에 따라 장면이 삭제당하거나,가위질에 대한 부담으로 시나리오는 물론 표현강도와 대사까지 조절해야 했던 창작인들에게 자유가 허락되는 것이다.

그러나 등급외 전용관이 우리나라의 영상물 유통현실에 비춰 하나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YMC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청소년 관련 사회단체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영상물 유통 및 영화상영 구조가 유해 창착물로부터 청소년들을 완전하게 격리시킬 수 없는 실정인데 비춰 등급외 전용관 신설은 노출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등급외 전용관의 운용실태,특히 청소년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 통제할 방안마련이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화진흥법 개정안 제33조에 「영화상영 및 등급외전용관의 운영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자발적인 감시활동을 지원」하도록 한 규정의 구체적인 지원방침이 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상물 등급분류와 관련해 음비법 개정안 제20조,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가칭)로부터 등급외 판정을 받은 비디오물은 영진법 제26조 2항에 규정한 등급외 전용관에서만 시청 제공할 수 있을 뿐 판매, 대여할 수 없도록 한 점. 또 「18세 이상 이용가」 또는 「등급외」판정을 받은 게임물도 시, 도지사가 허가하는 컴퓨터게임장(종합게임장)에서만 오락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에 대한 관련업계의 반발도 적지않다.

관련업계는 이 규정들이 성인용 비디오 및 게임물의 유통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는 조치로서 당장 경제적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성인 고유의 문화향수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단체행동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산업 진흥을 책임질 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새로운 심의(등급분류)기구인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의 섭립 및 위원선정과 관련한 세부지침도 엄격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할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두 위원회는 일단 현존하는 기구인 영화진흥공사와 한국공연예술진흥협회를 개편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없이 이름만 바뀌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위원선정 과정도 「문화부 장관이 영화계의 의견을 들어 10인 내외를 임명(영화진흥위원회)」하거나 「영화진흥위원회, 대한민국예술원, 방송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청소년보호위원회 추천을 통해 영상물등급분류위원을 선정」토록 한 점 모두가 영상물을 보고 즐길 소비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게 학계 및 업계의 분석이다. 각 추천단체의 구성원이 우리사회에서 「보수지향」적인 인사로 평가받는 인물들이어서 영상물을 보는 「눈」이 과거의 심의 관련단체 구성원들과 큰 편차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상물의 유통단계,즉 제작, 배급, 소비에 걸친 다양한 계층의 등급분류위원들을 포함하는 선정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이같은 난제들은 여당의 개정안 수정작업을 통해 보완돼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데,야당과의 의견조율이 얼마나 원할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은용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