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정보통신 대표 李貞根
90년대를 통틀어 한국의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주저없이 「서태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지난 97년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기업체나 광고대행사 등의 상품전문가 12명에게 의뢰해 분석한 「한국의 역대 최고 히트상품」이라는 보고서에서도 상품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을 꼽았다고 한다. 92년 「난 알아요」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들의 음반이 지금까지 3백50만장 이상 판매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태지의 등장은 국내 음반시장의 판매규모를 혁명적으로 증가시켜 놓았으며, 외국의 유행가요가 발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국내 가요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서태지의 이러한 엄청난 성공을 그가 속한 사회와 역사로부터 분리해 「서태지」라는 개인의 천재성으로만 설명하려는 것에는 커다란 모순이 존재한다. 서태지의 출연과 성공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으며 한국의 대중가요 역사의 연장선에서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이 좀더 과학적인 분석이 될 것이다.
오래 전 아침 TV프로에서 한국 록음악의 대부라고 불리는 신중현을 봤다. 열아홉 젊은 나이에 기타 하나만 달랑 들고 가출해서 기타학원 강사가 됐던 이야기, 미8군에서 재즈, 컨트리, 로큰롤, 솔 등의 미국음악을 섭렵하고 나서 우리음악이 그리웠던 이야기, 서양음악의 형식을 빌려 우리 정서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이야기, 황당무계한 가요심의와 장기간의 활동금지 조치로 좌절했던 인생, 헌정앨범 이야기 등 음악을 통해 겪은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사를 이야기했다.
그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갑자기 서태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순간 우리나라의 현대적 대중가요를 시작한 사람과 그 대중가요를 꽃피운 대표적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지을 수 있었다. 이들의 등장은 정확히 하나의 세대를 마무리하는 30년의 간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30년은 국내 가요산업에 엄청난 진보를 가져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더해 본다면 서태지가 처음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던 그룹 시나위가 바로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이 결성했던 그룹이었다는 것이다. 30년 만의 해피엔딩이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개발의 대중적 역사는 이제 겨우 10년도 안된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국내 SW개발업체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실속에 비해 너무 과대평가돼 흥미위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회사나 회사의 상품보다 개인에 집중한 기사보도는 그로 인해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10년도 안된 짧은 역사만큼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젊은 것이 특징인 SW산업에서 개인에 집중한 기사보도는 좋은 상품을 개발해야 하고 회사의 이익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들에게 사업가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게 쉽도록 한다.
필자는 이러한 안타까운 예를 최근 들어 여러 차례 보아왔으며 지금도 이러한 일들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결과에 대한 주요한 원인은 대부분 SW개발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사의식 부족에서 온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23년의 안정된 SW개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시애틀 본사에만 1만6천여명의 세계 최고의 두뇌집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이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90시간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워드프로세서 「글」을 살려야 한다는 여러 단체들의 눈물어린 노력이 한국축구 월드컵 16강 진출만큼이나 쓸쓸하게 들리는 요즘, 짧은 역사의 국내 SW업계에도 서태지와 같이 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인물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신중현과 같은 인물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욱 탄탄한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화려한 조명의 무대가 아니더라도, 뜨거운 관중의 환호가 없을지라도 힘찬 노래를 다 같이 불러야겠다. 또다른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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