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사장
최근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의 목소리가 높다.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포기를 계기로 시작된 이러한 분위기는 아마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될까. 항상 그랬던 것처럼 「철」이 되면 등장했다가 흐지부지 아무도 모르게 잊혀져 가는 1회성의 공허한 구호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세계사무용SW연합회(BSA)와 SW출판협회(SPA)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67%다. 하지만 실제 불법복제율은 제품에 따라 90%를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27%), 일본(32%) 등과 비교했을 때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베트남과 비교될 정도다.
이같은 SW의 불법복제와 유통이 국내 SW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국내 SW산업은 영세하다. 소수 대기업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중소 벤처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대부분이 가진 것은 아이디어와 기술력뿐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하나의 훌륭한 SW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기술력만으로 다 된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불법복제 무감각증후군이라는 무시무시한 복병이 있는 국내에서 벤처기업의 27.1%를 차지하는 SW업체들은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SW가 하드웨어(HW)와 동일한 수준의 솔루션으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컴퓨터는 HW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운용체계(OS)가 있어야 하며 애플리케이션도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지만 SW 구입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SW는 그냥 공짜로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탓이다.
SW분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고작 CD 몇 장에 설명서만으로 돼 있어 볼품없이 보일지 모르지만 하나의 SW 개발에는 수많은 뛰어난 인적자원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SW의 가격은 이런 지적가치의 비용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국내 SW업체들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26.5%로 반도체, 컴퓨터, 산업기기, 정보통신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적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선진화할 수 없다. 한컴 사태에서 촉발된 불법복제 시비는 정부 차원의 단속강화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각 공공기관에서조차 불법복제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에서도 SW를 돈 주고 사기를 꺼려한다는 말이다.
관련법도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개정중에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은 SW 불법복제로 피해를 본 업체나 개발자가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수사기관이 불법사실을 확인하면 이를 피해업체에 통보해서 고소할 것인지를 묻고 피해업체가 고소장을 제출하면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기소, 재판에 넘겨 죄과를 따지는 것이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제12조4항에는 「가정과 같은 제한된 장소에서 개인적 목적으로 복제 사용하는 경우는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개인적인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컴퓨터 게임은 마구 복제해도 상관이 없으며 결국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많은 개발업체들이 SW 불법복제로 존립이 어려운 상태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포기하고 있으며 아예 국내시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있다. 이번 한컴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도 SW에 대한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많은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SW를 제값을 주고 구입하고 또 SW회사는 더 좋은 제품개발에 힘쓰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우리 SW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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