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산업이 흔들린다

IMF 관리체제 이후 중소 공작기계 업체들이 상당수 도산했거나 부도 위기에 처하는 등 국내 공작기계 산업기반이 붕괴될 우려마저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50여년간 줄곧 선반만 제작해 온 국내 최초의 공작기계 전문업체인 광주남선선반이 IMF 관리체제 이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난 데 이어, 올들어 현재까지 부도처리된 중소 공작기계 업체는 중견 전문 메이커인 남북, 남선기공, 남선정공, 진영정기 등 협회 회원사 중에서만 12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도 업체가 협회 회원사 중에서는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비교적 기술과 자본력이 견실한 협회 회원사 외에 비회원사까지 포함한다면 부도업체 수는 더욱 늘어나 전체 공작기계 업체들의 2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같은 중소 공작기계 업체들의 부도사태는 IMF 관리체제 영향이 확산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7~8월을 거치면서 폭증할 것으로 보여 자칫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중소 공작기계 업체의 도산이 속출하는 것은 자금력, 기술력 및 해외 마케팅 능력이 취약해 수출을 도외시하고 내수시장에 안주해왔기 때문에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라는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다수 중소 공작기계 업체들은 내수시장 위축에 따라 대기업에 OEM으로 납품하던 물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과 함께 뒤늦게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내수시장 위축과 함께 판매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납품해온 것이 이들 업체의 자금난을 가중시킨 원인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공작기계 업체 중에서도 기흥기계나 한국공작기계 등은 오래전부터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오히려 IMF 관리체제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 위주로 기업 구조가 재편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품질면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은 「원인 치유」 없이는 백약이 무효한 「버티기」에 가까우나 현 상태에서 원인을 치유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 「경기가 살아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중소 공작기계 업체들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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