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취미 86] 낚시-911컴퓨터 박승욱 사장

『24시간 어디든 출동해 고장난 컴퓨터를 수리해주는 「컴퓨터 구조대원」이 제 직업 아닙니까. PC 사용자들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저도 주말이면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그럴 땐 낚시친구들을 긴급 호출하죠. 전화 한통이면 낚시가방 챙겨들고 한밤중에 저수지까지 달려와줄 친구가 저에겐 911 구조대원이나 마찬가지거든요.』

911컴퓨터 박승욱 사장의 취미는 낚시다. 2주일에 한번쯤은 저수지에 낚시대를 담그고 한철에 한번은 가까운 인천 앞바다라도 나가야 직성일 풀릴 정도. 흔히들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낚는다」거나 「명상을 하며 마음 밭을 갈고 싶다」는 게 낚시꾼들의 얘기지만 그의 낚시예찬론은 남다르다.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요즘엔 서로 얼굴 볼 틈도 없지 않습니까. 친구들과 저수지에 앉아 밤을 새며 두런두런 사는 얘기도 하고 술도 한잔 걸치면 얼마나 좋습니까. 큰맘 먹고 배를 빌려 가족들과 함께 바다로 나갈 땐 시원한 물살에 가슴이 우선 탁 트입니다. 돌아오는 배에서 먹는 싱싱한 바다회는 서울 횟집에선 도저히 맛볼 수 없는 별미 중 별미죠.』

그에겐 낚시가 사색을 동반하는 정적인 취미라기 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껏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동적인 취미인 셈.

박 사장이 처음 낚시대를 잡은 것은 15년전 다녔던 첫 직장의 상사 덕분이었다. 일본계 무역회사에 갓 입사했던 그는 낚시를 어지간히 좋아하는 부장 밑에서 민물낚시부터 배웠다. 찌가 흔들리는 손맛을 알게 되자 박 사장은 아예 마음맞는 친구들과 「고낚시회」를 만들어 주말이면 전국의 유명낚시터를 순회했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쓴 작가 안정효씨도 연배는 훨씬 높지만 10년지기 고낚시회 멤버. 『어릴 적 영화관에 숨어들던 이른바 「헐키」 안정효씨도 알고 보면 못말리는 낚시광』이라고 그는 귀뜸한다.

『어느 해 이른 봄인가는 안정효 선생이 하마터면 큰 일을 당하실 뻔했죠. 고기에게 물려 손에서 미끌어져 나간 낚시대를 건지기 위해 한밤중에 깊은 물속까지 들어갔다가 몸이 완전히 얼어버린 겁니다. 사시나무 떨 듯 하는 안정효씨를 눕혀놓고 나뭇가지에 지푸라기까지 구해와 불을 피우고 몸을 덥혀줬던 일이 아직도 생각납니다.』라며 그는 낚시터에서의 추억담을 꺼낸다. 지금은 고낚시회 모임이 뜸해졌지만 안정효씨의 소설 「하얀 전쟁」을 들춰 보면 그때의 갖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하얀 전쟁」에는 낚시하는 장면에 박 사장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했던 것.

다니던 무역회사에서 일본 본사로 옮겨 5년간 일할 때는 바다낚시까지 실컷 해볼 수 있어 좋았다. 1시간만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나 갯바위가 널려 있는데다, 한국산 갯지렁이를 끼워 일본 고기를 낚아올리는 맛도 일품이었던 것.

서울로 돌아와 911컴퓨터사를 시작한 후엔 사업을 하며 알게 된 지인들과 주말밤 민물낚시를 떠나거나 온가족이 바다낚시를 나간다. 당구 2백50에 바둑이 5급, 골프, 볼링까지 아마추어 수준이긴 해도 취미는 많지만, 아내와 중학교 1학년인 아들, 고1의 딸 4식구가 오붓하게 즐기기로 치면 바다낚시가 최고라는 것.

한여름 장마철엔 심심해서 뭐하고 사냐고 물었더니 『낚시대 닦고 줄 점검하고 비 그치면 떠날 만한 좋은 낚시터 고르자면 시간이 모자란다』며 농담을 던질 정도로 그는 지독한 낚시광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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