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군은 남들이 모두 잠자는 새벽 2시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아예 새벽에 공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에 따로 학원이나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다. 유니텔 사이버캠퍼스에 접속해 그날 학습할 자료를 다운로드 받는다. 강의내용은 이미 서버에 저장돼있기 때문에 언제 접속하더라도 상관없다.
혈압이 높은 K씨는 요즘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지금까지 그는 보름에 한번씩 병원에 가는 번거로움은 둘째로 하더라도 갑자기 혈압이 높아져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서울대 원격진료센터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이같은 걱정이 사라졌다. 가정에서 진료결과를 확인하고 24시간 내내 대기하는 의료진에게 응급진료를 요청할 수도 있다.
최근 각종 정보통신 기기와 서비스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밤이 사라지고 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물리적인 「밤」은 언제나 찾아오지만 모든 활동이 정지되는 고요의 「밤」은 우리 생활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옛날 농경사회처럼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누구나 잠자리에 드는 시대는 이제 갔다. 「24시간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밤중이라도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언제라도 컴퓨터에 접속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은행서비스도 24시간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고객들은 은행원들이 모두 퇴근한 휴일이나 한밤중에도 자동화기기를 통해 돈을 예금하고 출금할 수 있다. 일반 고객들에게 이미 은행 마감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됐다.
정보서비스 분야도 밤을 잊은 지 오래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전세계에서 입수되는 뉴스와 정보를 이용자들은 보다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다. 푸시기술을 이용해 수시로 입수되는 정보를 화면보호기로 표시할 수도 있고 전자우편으로 전달받기도 한다. 또 멀티미디어 형태의 HTML 형식의 문서로 전송받을 수도 있다. 온라인에 연결된 컴퓨터만 켜 놓으면 시간이 언제든 상관없이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는다.
잠을 자야 한다면 컴퓨터에 미리 지정만 필요한 내용을 지정해놓으면 된다. 에이전트가 알아서 웹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오기도 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아 놓는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의 채팅방과 게시판은 언제라도 열려있다. 오히려 사람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12시가 넘으면 이용자들로 북적거리는 곳이 바로 사이버 공간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쇼핑도 이제는 24시간 시대를 열고 있다. 인터넷이나 PC통신에 개설된 홈쇼핑 코너에 접속하면 손쉽게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다.
각종 서비스도 24시간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각종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은 자동응답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내내 서비스 안내는 물론 분실신고, 결제금액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기업들도 자동응답시스템과 팩스정보시스템,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다양한 상품정보를 저장해놓고 이용자들이 원하면 언제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나 수도 등의 검침, 무인 경비 등도 원격시스템을 이용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서비스도 이제는 24시간 시대를 열게 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PC이용 생활화 방안의 하나로 내년부터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중 인터넷 무인단말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말기를 이용하면 주민등록등본이나 자동차, 부동산과 관련한 증명서를 자동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단말기는 우선 서울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과 공공장소에 1백여대가 설치되며 서비스 지역이 점차 중소도시로 확대된다.
애프터서비스 부문에도 최근 24시간 서비스를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단 몇 분이라도 서비스가 중단되면 문제가 일어나는 네트워크와 컴퓨터 관련 업체들은 빠른 장애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내셔널 세미콘닥터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를 원격관리하는 「원격관리 컨트롤러 IC」를 내놨다. 프로세서 코어에 LAN 인터페이스, 아날로그 감시기능 등을 담은 이 제품은 저렴한 비용으로 네트워크나 컴퓨터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내에도 최근 리모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PC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애프터서비스 업체가 늘고 있다. 이외에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ISP)들도 24시간 장애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정보통신기기의 발달로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한 컴퓨터 업계 전문가는 『앞으로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앞으로는 구태여 이용자가 한밤중에 일어나 활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기 전에 미리 필요한 일을 예약해 놓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XX대학 웹사이트에 가서 졸업증명서를 떼고 가상증권 사이트에 접속해 XX물산 주식을 5만원에 1천주 살 것. 또 하버드 가상대학에 접속해 오늘의 강의를 다운로드 받아놓을 것.」
이같은 일이 우리가 자는 동안에 모두 처리되는 것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닐 듯 하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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