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에서는 사이버 인기투표가 한창이다. 언뜻 보기에 황당한 주제를 놓고 벌어지는 갖가지 사이버 투표들은 기성세대의 잣대로 보면 쓸 데 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그러나 심야영화를 보기 위해 밤 12시에 극장 앞에 줄을 서거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밤을 꼬박 새우는 신세대들에게는 충분한 엔터테인먼트다.
마우스클릭으로 투표를 해보고 싶다면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나 「칸영화제」처럼 현실세계에서 훨씬 더 성대하게 치러지는 페스티벌을 인터넷으로 방문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권위있는 심사위원은 따로 모셔두고 사이버 인기투표는 그냥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들러리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진짜 인터넷 선거의 재미를 만끽하려면 검색엔진을 이용해 넷서핑을 해가면서 이름없는 투표장을 찾아내는 수고가 필요하다.
「어느 빌이 더 좋으시죠?」(http://mitchellware.com/mitchell/home/fred/politics/voteforbill.htm)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중 누가 더 매력적인 남성인지 가려내는 이색 사이트. 사실 후보에 오른 한사람의 빌은 백악관의 주인으로 최고의 정치적 권력을 누리고 또 다른 빌은 SW업계의 황제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게다가 대통령 빌이 데이비드 레터맨 쇼처럼 시청률이 높은 한밤의 TV 연예 프로그램에서 걸핏하면 호색한의 대명사로 그려져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동안 빌 게이츠 회장은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좋은 것 한가지는 MS사의 버그(Bug)를 더 이상 안 잡아도 되는 것」이라는 유머시리즈에 등장해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두사람을 나란히 후보에 천거한 이유는 12가지 공통점 때문이라는 게 주최측 설명이다. 「수백명을 즐겁게 해주는 대신 수백만명을 지겹게 한다」 「더 많은 돈(Bills)을 거둬들이는 데 천재적이다」 「당신에게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고 혼자 잘난 척한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한다」 등이 닮은 꼴이라는 것. 이 사이트는 통신의 개방성을 악용해 유명인 흠집내기를 시도했다기보다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네티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사이버 미인 선발대회 중에는 접속률이 상당히 높은 투표장들이 많다.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석하게 했던 이승희 붐도 알고 보면 최고의 몸값을 받고 「스트립티즈」에 출연했던 헐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를 제치고 파멜라 앤더슨에 이어 이승희를 인터넷 누드모델 2위에 입상시킨 극성파 네티즌들 덕분.
이달 10일에는 인터넷 미스월드 선발대회가 열려 과연 새로운 사이버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MGA-미스독일 연합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한 단체는 독일의 소도시에서 13명의 최종결선 진출자들이 참가한 이 행사를 인터넷으로 실황 중계했다. 주최측은 이 대회가 아주 성황리에 막을 내렸기 때문에 앞으로 매년 개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진짜 미스월드가 봤다면 자존심이 상했을 만큼 소박한 행사였다.
싱가포르 대표로 참가해 1등을 차지한 체육센터 교사 주느비에브 나덴(21)을 비롯해 직업모델이며 컴퓨터가 취미인 터키의 에다 아타스(19) 등 입상자들의 얼굴과 몸매는 지금도 이 단체의 홈페이지(http://www.cmsonline.de/missgerman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사이버투표는 소수의 네티즌만을 위한 비주류 문화다. 그러나 21세기엔 크고 작은 사이버 스페이스 투표장이 붐빌 뿐 아니라 그 결과가 현실세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고한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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