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오는 2000년까지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컴퓨터 과목을 추가하는 동시에 각 학교에 컴퓨터 전담교사를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보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컴퓨터 교육환경은 이같은 사업계획이 「거의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느껴질만큼 열악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권병진 서울초등컴퓨터교육연구회 이사는 지난 15, 16일 양일간 숙명여대에서 열린 「스쿨네트98」 심포지엄에서 「교사들의 교육 정보화 활용현황」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 근거로 최근 서울지역 초, 중, 고등학교 컴퓨터 담당교사 90명을 대상으로 교육 정보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가 인터넷을 활용한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컴퓨터 사용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에서 발표된 정보화 현황자료에 따르면 학교의 PC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40명(44%)이 그렇다고 대답, 단순히 인터넷 보급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그렇게 실망스런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도감」은 금방 「실망」으로 바뀐다. 즉, 학교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있다고 응답한 교사중에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27명의 교사들이 일반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전용선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56Kbps급이 5명(12%), 1백28Kbps급이 4명(10%), 2백56Kbps급이 3명(8%), 그리고 T1급의 경우는 1명(3%) 뿐이었다. 이를 전체 응답자 숫자와 비교하면 그 비율은 각각 30%, 6%, 4%, 3%, 1%로 떨어질 정도로 저조한 성적이다.
더욱이 인터넷 사용환경을 완비한 학교의 경우에도 인터넷의 사용은 대부분 담당 교사만 가능할 뿐 일반 교사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것이라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학교는 15개(37%)에 그치고 나머지 25개교(63%)는 「담당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인터넷 등을 이용한 컴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을 이용한 수업을 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교사만 인터넷에 접속한 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학생들까지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한 채 수업을 해본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되면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정보화 사업이 교육형장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얼마나 겉돌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권병진 이사는 『교육 정보화가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정보화 교육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학생들이나 교육을 직접 담당할 교사들이 배제된 채 추진되고 있는 정보화 정책의 틀을 이제는 그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인터넷협의회(회장 이용태)와 충북대(총장 주자문)가 공동으로 주최한 「스쿨네트98」 심포지엄에는 전국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컴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및 교수 3백여명이 대거 참석, 성황을 이룬 가운데 이틀동안 계속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또 이철환 인천교대 교수(컴 교육과)가 초등교원의 정보화연수 교육과정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 학교의 웹 활용사례 분석(발표자 강숙희, 교육개발원), 가상대학의 개념과 특성(강인성, 방송대), 교육정보화 과정에서 교사의 저항원인과 그 대처방안(박승배, 전주교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총 50여편에 달하는 논문 및 보고서가 발표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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