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V업체들이 VCR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육성해온 비디오CDP사업을 연내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국내 수요가 사라진데다 올들어 최대 수요처인 중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열세로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돼 더 이상 양산체제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올들어 현대전자가 구조조정을 통해 비디오CDP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나머지 AV업체들도 최근 양산을 중단하고 주문생산체제로 겨우 사업을 유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가전3사는 비디오CDP사업에 막대한 투자와 애정을 쏟아온 탓에 이미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이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그래도 올 연말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비디오CDP가 업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시장에 등장한 것은 지난 94년.
단 한 장의 CD에 MPEG기술을 이용해 74분의 동영상을 수록할 수 있는데다 기존 CD, CDG와 완전 호환돼 음악은 물론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고 노래방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비디오CDP는 차세대 AV기기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LG전자를 필두로 AV업체들이 앞다퉈 비디오CDP사업에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을 벌였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비디오CDP는 VCR와 CDP를 대체할 유망품목으로 각광받으면서 AV시스템의 기본 사양으로 탑재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비디오CDP는 잠시 호황을 누리는 듯했지만 VCR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CDP에 비해 단가가 20만원 정도 비싼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등 차츰 상품가치를 잃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일부 노래반주기 수요만 있을 뿐 내수시장에선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내수기반이 붕괴됐음에도 불구하고 비디오CDP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요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비디오CDP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던 시기에 중국에선 때마침 비디오CDP 수요가 크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94년 80만대에 불과했던 비디오CDP 수요는 해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이며 지난해엔 7백만대 규모의 거대시장을 형성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펼친 덕분에 95년과 96년엔 연간 20만∼30만대를 수출, 잠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중국의 아이다, 신코 등 대기업들은 물론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저가격과 품질향상을 실현한 비디오CDP를 대량 생산해 가격경쟁력을 잃은 한국 및 일본업체들을 몰아내고 내수시장의 90% 이상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내수부진을 수출로 만회하기 위해 엄청난 광고물량을 중국에 쏟아부었던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광고효과도 보지 못한 채 그야말로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된 셈이다.
비디오CDP사업에 워낙 애정을 쏟은 탓에 쉽게 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가전3사는 중국중심의 수출에서 탈피, 대만, 베트남 등 시장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수출 채산성이 나빠 올들어 양산을 중단한 채 주문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비디오CDP사업이 5년 만에 차세대 유망품목에서 퇴출시기만 기다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전3사를 비롯한 AV업체들이 시장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채 의욕만 앞선 사업을 전개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가전3사는 비디오CDP와 VCR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를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가전3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DVD플레이어사업도 어느덧 2년째 돌입했지만 내수기반이 없는데다 수출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제2의 비디오CDP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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