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는 "편집앨범" 붐

최근 팝 음반시장에서 컴필레이션(Compilation), 즉 「편집앨범」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편집앨범은 인기가 검증된 곡들을 한장의 음반에 담아냄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꾀한다는 상품기획 전략에서 나온 제품들.

특히 한국 팝시장에서 1년 이상 밀리언셀러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따라 편집앨범이 더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장사가 될 만한 음악들을 끌어모아 쉽게 기획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각 인기차트나 음반 판매량에서 편집앨범들이 수위를 점령하고 있고, 이같은 경향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파워 FM, 파워 뮤직」(EMI) 「Jazz At the Movies」(폴리그램) 「Music Camp2」(워너뮤직) 「NOW4」(EMI) 「Dr.Dance3」(록) 「Miracle」(BMG) 등의 편집앨범들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편집앨범 발매는 「제살 깎아먹기」라는 위험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한장의 음반에 다수의 인기곡들을 수록함에 따라 각 아티스트들의 정규앨범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데다 모험없는 음반기획이 만연됨에 따라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지 않는 악순환을 불러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워 FM, 파워 뮤직」의 경우 SBS FM라디오에서 최다 신청곡으로 집계된 곡들을 담았는데 그 결과 음반 한장에 조지 마이클, 토니 브랙스턴, 라디오 헤드, 나탈리 임블루글리아, 스파이스 걸스, 스위트 박스, 마이클 런스 투 록, 바네사 메이 등 아티스트들 18명의 노래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파워 FM, 파워 뮤직」 한장으로 18장의 음반을 구입하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상품으로 큰 매력이 있지만, 그만큼 각 아티스트들의 정규앨범 판매량은 줄어들기 마련인 것이다.

조지 마이클, 리차드 막스, 토니 브랙스턴 등 인기 하향세인 가수들의 정규앨범이야 큰 영향이 없겠지만 나탈리 임블루글리아와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최근 국내외에서 인기 상승세에 있는 나탈리는 편집앨범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일보다 정규앨범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나탈리가 빠질 경우 「파워 FM, 파워 뮤직」을 선택할 소비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음반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집어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옛것 우려먹기」가 주류로 떠오름에 따라 신인 아티스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위축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음반은 다른 상품들보다 시장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선 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상품기획(편집앨범)에만 집착하다보니 앞으로 판매할 상품목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편집앨범의 허상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96년 하반기부터 국내 음반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IMF로 인해 한국 소비자들의 문화상품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으며,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 같은 대형 가수들마저 없는 상황에 비춰 당분간은 편집앨범 기획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용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