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취미 85] 가족신문만들기-한국베이트웍스 박영건 사장

초등학교에서는 가족의 중요함을 깨우쳐주고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가족신문 만들기가 숙제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족 단위가 십수년 전부터 핵가족화하면서 요즘은 대부분 4∼5명의 식구가 단촐하게 가족신문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다.

한국베이네트웍스 박영건 사장(40)은 14년째 2백여명의 가족, 친지들의 대소사는 물론 조상들의 업적을 자자손손 알리는 가족신문을 만들고 있어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박 사장은 보통 가정과 달리 4대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부모, 조상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주는 한편 멀어지기 쉬운 6∼8촌 혈육에 대한 존재를 알리기 위해 가족신문을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다.

지난 84년 박 사장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웃어른으로 계실 때 6촌 이내의 가족 50여명이 만나 가족신문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데 가장들이 각종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 상호 도움이 된다고 박 사장은 말한다.

거창한 족보를 운운하기보다는 가족신문에서 가계보를 자연스럽게 알려 후손들이 뿌리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의학, 건강정보, 취업정보, 일상 생활정보와 각 가정의 대소사를 그때그때 알리는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각 가정이 가보로 보존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한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온 가족신문은 매회 8면으로 제작되는데 1면에는 1세대 어른들의 과거 회상 등 인생론으로 꾸며지고, 2, 3면은 2세대의 직장생활 이야기 및 딸 출가, 아들 군 입대 등의 가정 일반사, 4, 5면은 며느리, 딸, 아들들의 대소사와 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싣고 있다.

6, 7면은 마지막 3, 4세대의 신혼이야기와 중, 고등, 대학생들의 시, 소설과 유치원생의 그림일기 등이 올라오고, 마지막 8면은 할머니를 비롯해 부모, 자식들의 가계보와 주소록, 변경된 연락처를 업데이트하는 곳이다.

지난해까지 분기별로 연4회 가족신문을 발행해오다 올해 들어 가라앉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상, 하반기 2회 발간하기로 했다.

가족신문 발행시기에 맞춰 양재동 시민의 숲 등 넓은 장소에서 2백여명의 가족이 만나 글쓴 사람이 발표하고 게임도 즐기는 등 가족, 친척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대가족을 고집하고 있는 박 사장의 가족신문에서도 남아 선호사상은 배격되고 여성 상위시대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박 사장을 비롯해 남자 가장들이 편집장, 총무, 모임장 등을 맡았으나 2∼3년 전부터는 며느리, 딸 등 여자들이 취재, 총무 등의 중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대가족에서 고생하고 있는 며느리들이 친척집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자주 만나 술마시는 기회를 가질 때면 으레 남편들은 운전기사로 대기하는 등 가족신문이 과거와 현재의 의식이 공존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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