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98" 꼭 필요 있나

윈도 운용체계(OS)의 최종판 영문 윈도98이 지난달 25일 베일을 벗었다. 또 다음달 11일이면 한글버전도 출시된다.

80년대를 풍미했던 도스에 이어 윈도는 90년대를 대표하는 PC 운용체계. 지난 90년 초기버전이 나온 후 윈도3.1, 윈도 95로 진화해 오면서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제 「더 이상의 윈도는 없다」며 등장한 마지막 버전 윈도98. 이미 미국 10대 PC 제조업체와 주변기기 업체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윈도98용 신제품을 쏟아낼 채비를 하고 있다. 결국 내년 가을쯤 NT 5.0에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약 1년간은 윈도98이 PC 운용체계의 표준으로 군림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유저가 과연 윈도98을 직접 구매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이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가혹한 기술평론가들은 「윈도98=윈도95+익스플로러 4.0」이거나 「모니터를 8대 더 달 수 있는 윈도95가 곧 윈도98」이라는 악평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과 운용체계의 매력적인 결합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사용자들도 있다.

따라서 한글판 발매를 기다리는 국내 유저들이라면 업그레이드용 13만원, 정품 25만원으로 책정된 윈도98의 손익계산서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윈도98의 시스템 안정성은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 윈도95 설치로 인한 잦은 시스템 다운과 하드디스크 포맷 같은 악몽이 재현된 경우는 아주 드물다.

다음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98 최대의 미덕으로 손꼽는 「운용체계+인터넷 통합환경」. 웹 형태의 데스크톱 구현은 일단 호감이 간다.

내 컴퓨터의 파일과 인터넷이 한꺼번에 관리되고, 윈도 탐색기에 URL만 입력하면 곧바로 웹사이트가 표시된다. 웹사이트를 바탕화면에 채널로 등록할 수도 있다. 초보자들도 넷미팅, 코믹채트, 넷쇼 플레이어 등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인터넷을 이용해 내 컴퓨터에 쉽게 재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셈. 하지만 익스플로러를 기본 웹브라우저로 설치하지 않고 넷스케이프를 고집할 경우엔 이같은 혜택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아직 법적 공방도 끝나지 않았으면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은근히 선택을 강요한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터넷 통합환경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른바 「액티브 데스크톱(Active Desktop)」. PC화면을 웹 형태로 디자인하고 자연스럽게 푸시기술을 접목시킨 것이 액티브 데스크톱이다. 액티브 채널을 이용해 내 컴퓨터에 활력을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덩치가 너무 큰 게 걸림돌이다. 너무 많은 반찬이 올라와 휘청거리는 상차림처럼 시스템자원을 불러오는 데 과부하가 걸린다. 엔터테인먼트보다 속도가 중요한 사용자라면 차라리 액티브 데스크톱을 꺼놓는 게 나을 정도.

두 번의 클릭을 한 번으로 바꾼 것은 초보자에겐 좋지만 익숙한 사용자에겐 시큰둥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ZD그룹 계열 전문지 PC매거진은 랩 테스트를 통해 이런 변화를 「트리커 해피(Trigger-Happy)」라는 말로 꼬집었다. 마치 총을 마주 쏘고 싶어하는 호전적인 운용체계처럼 보인다는 것.

끄고 껴는 시간이 짧아진 점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만한 변화다. FAT32로 하드디스크 공간 절약 및 애플리케이션 로딩 시간도 단축시켰다. 추가 소프트웨어 없이 최신 하드웨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드라이브를 비롯해 USB형 스캐너와 키보드, IEEE 1394 규격의 디지털 카메라 등 주변기기들을 마음 놓고 연결할 수 있게 된 것. 운용체계가 주변기기를 자동인식하는 플러그&플레이 기능도 훨씬 강력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주변기기 연결 포트가 마련된 PC를 가진 유저는 많지 않다. 결국 추가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

다중모니터 지원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8대까지 연결해 워드프로세서 작업과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개발 등을 한꺼번에 한다지만, 예컨대 게임을 동시에 즐기기 위해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모니터를 추가로 여러 대 더 연결할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되면 체감할 수 있는 성능향상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전문가들의 혹평에 대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전문가들의 「윈도98 흠집내기」 또는 NT로 바로 넘어가는 대신 과도기적 표준인 윈도98로 이득을 챙기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PC업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소한 노트북 사용자들은 원격접속과 배터리 수명 측면에서 윈도98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이미 MMX펜티엄이나 펜티엄Ⅱ급 이상의 PC에 32MB의 메모리 하드디스크도 최소 1GB를 갖춰 놓고 새로운 기능에 호기심이 많은 「파워유저」는 윈도98 업그레이드를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PC 사양이 그 이하라면 「윈도98 구입 무용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돈을 좀더 투자해 윈도98이 내장된 PC로 업그레이드해 버리거나, 내년에 발매될 윈도NT 5.0을 기다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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