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입가전 업계는 한마디로 「복지부동」이었다. 환율상승으로 인해 매기가 급격히 줄어들고 IMF한파로 인해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어느 분야보다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환율상승은 수입가전 업체들의 판매가격 인상을 부채질했다. 백색가전을 비롯해 두산상사, 대상교역, 예스인터내셔널 등 수입 가전업체들은 올초 일제히 냉장고, 세탁기, 미니컴포넌트 등의 수입제품 판매가격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인상했다.
하지만 가격인상과 IMF가 맞물리면서 판매부진은 더욱 심화됐으며 이미 들여온 재고를 처하지 못해 현재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이 수입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백색가전과 두산상사 등이 재고처분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세일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수입가전 업계는 공멸감에 휩싸였다.
판매부진과 IMF체제는 수입가전 업계의 유통체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각 업체들의 감량경영과 유통망 정비작업. 지난 3월 전 직원의 30%가량을 감축한 백색가전은 상반기내에 이미 40개 대리점중 5개를 정리했다. 일본 JVC오디오를 수입판매하는 미토상사와 산요제품을 판매하는 삼양가전유통도 대리점 수를 대폭 줄이는 등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다지기로 전환했다.
이와함께 업체들은 시중 유명 백화점들의 부도가 잇따르자 백화점 공급선에 대해서도 정칼질을 했다.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3곳의 백화점을 제외한 다른 백화점에는 물량을 줄이거나 아예 공급을 중단했다.
수입가전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재고부담을 안더라도 부실대리점 및 백화점 등의 부도에 따른 위험을 최대한 줄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수입가전 업체들의 총체적인 불황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유통업체들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오디오업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까지만해도 많은 물량의 비정품이 병행수입자들에 의해 수입, 판매됐으나 환율이 급등하고 수요가 줄어드는 등 국내 시장 판매여건이 나빠지자 이 수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본 아이와 오디오를 수입, 판매하는 이엔오상사와 예스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은 『환율상승과 함께 판매부진이 겹쳐 일부 병행수입업자는 아예 다른 사업으로 전환했고 일부는 때를 기다리며 활동을 멈추고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IMF체제이후 시작된 국내 그룹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수입가전 업체들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월풀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두산상사의 경우 지난 5월 두산백화, 두산기계 등과 함께 두산으로 흡수시킨다는 그룹발표에 따라 향후 수입가전 사업의 여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또 미원그룹도 지난 6월 지멘스 제품을 취급하는 대상교역과 대상건설, 대상음료 등을 (주)대상에 흡수시킬 것을 발표했으며 효성그룹도 일렉트로룩스제품을 취급하는 효성물산과 효성T&C, 효성중공업, 효성생활산업 등을 단일기업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들 수입가전 업계는 현재 제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입가전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하반기 결과가 주목된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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