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및 작품의 유명세로 인해 나오기도 전에 빅히트작으로 기대를 모으는 외산 대작들의 대부분이 출시를 전후해 산고를 치르는 징크스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시장에 들여와 최근 공급을 개시한 일본 스퀘어사의 역작 「파이널 판타지」 7탄은 원래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상품화되었다가 전세계적으로 1천만개 이상 팔릴 만큼 히트한 데 힘입어 PC용으로 전환된 작품이다. 3차원 그래픽 가속보드를 지원하는 이 게임은 국내에서도 출시 일정이 게이머간에 화젯거리가 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으며 삼성전자는 게임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속에서도 카피당 4만8천원에 예약판매를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적장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현란한 찬사만큼이나 신랄한 비판과 불만의 화살을 맞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우선 이 게임이 전혀 한글화돼 있지 않아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스퀘어사가 전세계 동시발매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에 메뉴얼 이외에는 한글화할 수 없었다』고 답변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개발사의 한 프로그래머는 『이 게임이 캐릭터간의 대화를 이해해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롤플레잉게임이기 때문에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게이머들이 불만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또 게이머들은 게임 세트업과 진행과정상에 에러가 많이 발생해 값비싼 게임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이같은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은 고성능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주는 「다이렉트X」라는 소프트웨어의 5.1 버전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게임 소프트웨어 자체가 모든 기종의 3차원 그래픽 가속보드나 16비트 사운드 카드를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게임 공급사가 짊어진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삼성전자가 게임을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에 이같은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하드웨어 권장사양이나 문제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하기 보다는 제품판촉에만 열을 올렸다』고 성토하고 있다.
게임소프트웨어가 PC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하는 측면도 있지만 과도기에는 개발사, 공급사, 소비자 모두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을 파이널 판타지 7탄은 잘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이널 판타지 7탄만큼이나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일본 고에이사의 「삼국지」 6탄 공급원인 비스코도 이 게임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카피당 6만6천원으로 책정했다가 게이머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비스코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권장 소비자가격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실제로 4만5천원 안팎에 판매될 것이라고 해명을 해 급한 불은 껐지만 IMF체제에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무시한 처사라는 혹득한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비스코의 관계자는 『작년에 출시된 삼국지 5탄의 권장 소비자가격이 5만9천4백원이었기 때문에 신작의 가격을 6만원대로 설정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소비자에게 다소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LG소프트가 지난 5월 내놓은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는 출시일정이 무려 9개월 이상 연기되면서 게이머들을 안달이 나게 하는 등 지루한 산고를 치렀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흥행 성공이 보장된 이 게임을 들여오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이 출혈경쟁을 벌여 평소보다 2배나 많은 판권 로열티로 들여오는 결과를 초래해 게이머들의 신랄한 비난을 받았다.
이밖에도 동서게임채널이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미국의 EA사로부터 들여온 축구게임 「피파 98」도 당초 작년말에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한국팀의 전력이 지나치게 약하게 설정된 바람에 국내 게이머들의 반발을 사자 출시 일정을 늦추가며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비스코와 동서게임채널의 사례는 좋은 게임을 조달해 놓고도 국내 게이머들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자초한 셈이다.
올들어 대작 출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동안 많은 대작이 도마에 오른 것처럼 이들 게임의 유명세와 게이머들의 기대를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산 대작 공급원이 주로 국내시장에서 메이저 역할을 하는 업체임을 감안할 때 국내 게임업계의 마케팅 수준이나 대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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