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컴퓨터 매기가 급락하면서 올 상반기 부품유통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세창반도체와 로셈이 기업도산을 앞두고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비정상적으로 대량 유통하면서 혼탁한 양상을 보였던 CPU 시장은 이들 업체의 부도 이후 올들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내수부진이라는 또다른 악재를 맞고 있다.
이외에도 유명PC의 판매부진이 심화되자 CPU를 대량 공급받았던 국내 대규모 PC생산업체들이 한달에 1만개 정도 남아도는 물량을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어 CPU 가격하락과 유통업계의 마진감소라는 상황을 빚어냈다.
메모리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내수부진으로 물량은 남아도는 가운데 자금난에 직면한 일부 업체들의 밀어내기 공세로 과공급, 가격하락 몸살을 앓고 있다.
메모리의 경우 과거 대리점들은 중소 규모의 PC제조업체, 일반소비자 대상의 영업만을 할 수 있었을 뿐 중간상인(딜러) 대상의 제품공급은 사실상 금지돼 왔다. 중간상인에게 제품이 대량 공급될 경우 유통가격 질서가 무너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내수침체가 심화되자 메모리 제조, 공급사마저도 중간상인 대상의 거래를 묵인하고 있다. 과거 대리점이 중간상인 대상 영업을 했을 때 제품공급을 일시 중단하는 제재를 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특히 조립PC 시장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메모리 시장은 IMF 이후 유명업체PC와 조립PC 시장이 침체되면서 동반불황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이 강화되자 이를 우려하는 조립PC업체가 소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점도 메모리 내수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과잉공급에 여파로 연초에 12만원대를 유지하던 32MB 싱크로너스D램 모듈가격은 7월 현재 5만원대로 급락하면서 마진구조도 취약해져 갈수록 위기가 더해가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에 비해 1천~2천원 차이를 보이던 LG, 현대전자 메모리는 최근 4천~6천원 차이로 격차가 커졌다. 또 메모리 단칩(컴포넌트)을 PCB 기판에 부착, 모듈화하는 모듈램 제작비용이 수입원자재 가격상승으로 높아지자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메모리 제조사는 가격경쟁력을 잃어 모듈램에 대한 내수시장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내수침체, 마진축소, 가격경쟁력 상실 압박을 겪고 있는 메모리 유통업체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권 국가를 대상의 컴포넌트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소폭의 매출확대 효과만 거둘 뿐 마진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유난히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부품유통업계는 하반기 윈도98 한글판 출시에 따른 특수에도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윈도98의 특수를 타고 상승하기에는 침체의 골이 너무 깊다는 판단에서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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