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다국적 기업과 소규모이지만 수많은 국내 기업간의 팽팽한 시장 분할을 유지해온 국내 커넥터시장 판도는 IMF라는 복병을 맞아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은 IMF라는 경제위기 상황하에서도 별다른 동요없이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반면 하루하루 벌어 연명해온 많은 소규모 국내 기업들은 거센 불황 풍랑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 커넥터 시장은 한국AMP를 비롯 한국몰렉스, 암페놀코리아, 히로세코리아 등 다국적 기업이 55% 전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우영과 한국단자공업 등 30여개의 국내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과 대항해 시장을 분할해왔다.
IMF체제는 이러한 시장 분할을 다국적 기업의 독주시대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IMF체제를 맞고 있지만 감원 등이나 별다른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고 단지 일부 업체가 본사로부터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얘기만 나돌고 있을 정도다.
그들은 IMF체체가 끝난 이후를 생각하고 감원없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다국적 기업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세트업체들의 가격 및 제품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IMF체제에서 풀리고 경기가 호전되면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의 적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IMF체제를 맞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없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천의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10월을 넘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국내기업들이 절반이 넘을 것이다』면서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다국적 기업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과 전면에서 경쟁해온 우영과 한국단자공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특히 한국AMP와 자동차용 커넥터시장에서 서로 한치도 양보없이 경쟁해온 한국단자공업은 자동차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원가절감과 물량축소는 한국단자공업의 경쟁력을 극도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영도 국내시장의 침체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시장을 사실상 다국적 기업들에게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마진이나 심지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국내 세트 업체들의 요구를 맞춰주는 것과 달리 순수 국내 기업들은 그렇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국내 시장 점유율의 변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체들 조차도 IMF체제에서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는 밀리고 있어 중소 업체들의 경쟁력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대로 간다면 다국적 기업들이 버티기만 해도 취약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연간 7천억 규모에 달하는 커넥터 시장에서 서서히 침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양봉영 기자>
많이 본 뉴스
-
1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2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3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4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5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헌재, "尹 두번째 탄핵 재판은 1월3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