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특소세 인하 효과 얼마나 될까

특소세 인하가 침체된 가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정부가 침체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한시적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를 인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가전업계는 이번 조치의 여파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전업계는 인하폭이 기대에 크게 못미쳐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적용키로 한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폭은 탄력세율을 적용해 낮출 수 있는 최대한도인 현행 특소세의 30%. 이로써 컬러TV, VCR, 냉장고, 세탁기 등 기존에 15%의 특소세를 부과하던 제품에 대한 특소세율은 10.5%로, 30%의 특소세를 부과하던 에어컨의 경우는 21%로 낮아지게 됐다. 이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경우 에어컨은 소비자가격을 5% 가량 인하할 수 있으며 다른 가전제품의 경우도 2, 3% 정도 인하된다.

그러나 최근까지 거의 모든 가전제품 수요가 지난해 대비 평균 40∼50% 가량 줄어드는 등 IMF한파로 인해 이미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크게 위축돼 가전업계가 15%씩 가격을 인하해도 거의 매기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가격인하 효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부추기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특소세에 관해서는 요지부동이었던 재정경제부에서 이번에 특소세를 조금이나마 인하해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특소세를 완전히 폐지해야만 어느 정도의 수요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보급률이 높아져 특소세를 부과할 이유가 없어진 제품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특소세를 완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가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가 내수진작을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당초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색내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또 이번 특소세 인하조치에 따라 이미 대리점에 출시한 제품에 대한 특소세를 환불받기 위해서는 이를 전량 환수했다가 다시 내보내야 하는 가전업계로서는 특소세 인하폭만큼의 물류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어 특소세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실제 부피가 커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냉장고의 경우 현재 3사가 대리점에 출고한 제품이 10만대 정도에 이르며 세탁기도 20만대 가까이 되는 등 대리점 재고로 남아있는 물량이 많아 제조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특소세 인하를 오는 10일부터 곧바로 적용키로 하는 등 신속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업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특소세 인하 방침을 발표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시기까지의 기간동안 실구매수요를 대기수요로 전환시켜 매기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현상은 일단 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시기에 민감한 에어컨업계는 이달 중순까지 판매하지 못한 제품을 고스란히 재고로 가져갈 수밖에 없어 당초 발표대로 이달 중순께 특소세를 인하할 경우 판매시기를 놓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는 그 폭이 만족스러운 수준도 아니고 그나마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가전업계 및 산업자원부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하는커녕 오히려 올 1월 세율을 인상하는 등 그동안 특소세문제에 대해서 완고한 입장을 보였던 재경부의 자세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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