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디자인은 단순한 미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성, 실용성, 상징성과 직결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재창조의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들도 예전에는 상품개발 후반기의 조형화작업에서야 디자인 인력을 투입해왔지만 최근들어 기획단계에서 부터 제품분석 및 연구를 통해 디자인 콘셉트(Concept)를 개발하고 마지막 고객선호도 조사 및 양산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인력을 참여토록 하는 등 디자인혁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출을 확대하고 IMF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산업디자인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선결과제로 제기되면서 디자인혁신을 향한 국내 전자업체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수출 2배, 이제는 디자인입니다.』
디자인경쟁력이 없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자명한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의 산업디자인 수준은 무역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대만, 싱가포르에 비해 매우 취약하고 기업 경영자들의 산업디자인에 관한 인식제고와 더불어 범국민적인 디자인마인드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론 기업들도 최근에는 자체 디자인실이나 디자인연구소를 별도로 마련해 디자인 인력을 양성하고 이에 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수준과 질적내용이 미약하며 특히 중소기업의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대기업의 절반수준에도 이르지 못해 기반산업 육성차원에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업디자인은 요즘같이 예측할 수 없는 시장상황에서 적은 투자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지름길로 평가되고 있어 기업들은 발빠르게 단기 디자인혁신 프로젝트를 마련하거나 별도의 디자인관련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해 디자인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전제품은 고객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제품의 기능적 특성과 사용상의 편리성이 디자인과 완벽하게 어우러져야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가전제품들은 갈수록 라이프싸이클이 빨라지고 차별화된 상품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독창적인 디자인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수출에 있어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그 지역의 정서 및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제품디자인이 뒷받침되어야만 해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가전업체들은 세계 주요지역에 해외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거나 현지 디자인을 아웃소싱(Out Sourcing)하는 방법으로 세계 산업디자인 조류를 파악하고 감각을 향상시켜나가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해외디자인법인 및 분소를 설립, 이를 거점으로 현지 고객의 선호도를 빨리 파악해 즉각적으로 상품개발에 반영하도록 하며 해외 우수디자인 연구기관과 협력관계를 구축, 워크숍이나 세미나 등을 열어 자사 디자이너들의 질적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업체역시 자체 디자인력의 부족과 창의성 고갈 문제를 외부 공인디자인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는 약 1백90여개의 공인산업디자인전문회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상품기획에서부터 국내외 시장조사, 디자인 개발, 제품완성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의 협조를 제공하면서 전문업체들과 굳건한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실질적인 디자인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게 산업디자인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는 이제까지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속에서 도출되는 제품이 아닌 전혀 새로운 사고의 획기적인 제품들이 첨단기술을 토대로 속속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벌써 외국의 선진 전자업체들인 소니, 샤프, IBM 등은 가전, 컴퓨터, 통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차세대 멀티미디어기기들을 전략적으로 준비하면서 제품 콘셉트 기획에서부터 이를 조형화시킬 디자이너들을 별도로 꾸려 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기술개발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휴먼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 같은 디자인 기술(Skill)의 향상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가전3사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체들도 최근에는 차세대 정보가전, 멀티미디어기기,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기술의 변화와 흐름에 대해 정보력과 감각을 갖추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우수한 디자이너들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감성공학, 인간공학 등의 기초학문을 도입해 시용자 중심의 보다 편리하고 과학적인 제품을 만들기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차세대 정보가전제품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TV, PDA, HPC, 위성방송수신기 등 최근 출시된 정보가전제품들을 보면 이같은 가전업체들의 노력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국의 산업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라운드(Design Round)를 맺자는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독자적인 디자인을 개발해 배타적인 우위를 누리겠다는 의도다.
그렇게되면 디자인경쟁력이 약한 개발도상국들이나 중소기업들은 더욱더 강대국이나 선진기업의 대열에서 뒤처져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이라도 하루빨리 국내 가전업체들도 독창적이고 고유한 우리만의 디자인을 개발, 세계속에서 한국디자인의 정체성을 찾아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통의 미를 고집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는 PI(Product Identity)가 있듯, 한국제품의 디자인에는 NI(National Identity)가 배어나 우리만의 특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체계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도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산업디자인 보호제가 마련돼 불법적인 디자인도용과 복제를 중단시키고 개발 기업과 담당 디자이너들의 지적재산권을 보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의 흐름을 바꿔놓을 디자인혁신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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