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지도" 바뀐다 (12);반도체장비 분야

그동안 조립 및 유틸리티 장비가 주류를 이루던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이 전공정 제품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화학증착(CVD) 및 에처 장비와 트랙 등 각종 전공정용 핵심 장비들이 최근 국내업체에 의해 개발돼 양산용으로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주성엔지니어링, 청송시스템, 아펙스, 실리콘테크 등과 같은 전공정 장비 개발 업체들이 향후 국내 반도체장비 산업을 이끌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미래산업, 케이씨텍, 디아이, 신성이엔지, 한양기공, 아토 등의 기존 장비 업체들도 이 분야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형국이다.

흔히 「FAB설비」라고 불리는 전공정 장비는 기계식이 대부분인 조립 장비들과는 달리 시스템 디자인과 운영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을 이루는 전자식 자동 설비들이다.

또한 전공정 장비는 제품 가격이 최하 1백만달러에서 최고 7백만달러에 이르는 등 대부분이 고가 장비들이고 제품 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도 광범위해 장비 개발 및 출시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도 전공정 장비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투자 및 개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는 전체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후공정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기술적 또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전공정 부문 수요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반도체장비및재료협회(SEMI) 측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장비시장은 3백16억달러 규모 정도로 이 가운데 75% 이상이 전공정장비(2백39억달러) 이며 그동안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들이 주력해온 조립 및 패키지 장비는 20억달러로 6.3%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반도체 웨이퍼 규격이 현재의 2백㎜ 위주에서 3백㎜로 옮겨가고 소자의 회로 선폭도 0.25 미크론 이하로 미세화되면 이를 다룰 전공정 장비의 가격은 높아지고 이에 따른 전공정 장비의 비중 확대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상이다.

이런 이유로 조립 장비 위주이던 국내 반도체장비 산업은 근본적인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고 이는 곧 전공정 부문에 대한 장비개발과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화학증착(CVD) 및 에처 장비와 트랙 등 핵심 전공정 장비 분야에서 국내업체가 개발한 제품이 단순 연구 차원을 넘어 실제 양산용으로 대량 공급되기 시작함으로써 전공정 제품 위주로의 시장 구도 개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저압화학증착장비(LPCVD) 개발 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백만달러어치의 직수출 물량을 포함, 총 3백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함으로써 단숨에 국내 장비 업체 매출 순위 5위와 수출 분야 3위 업체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트랙 장비 개발 업체인 실리콘테크와 에처 장비 생산 업체인 청송시스템은 회사 설립 2∼3년만에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주요 장비 업체로 부상했으며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장비 개발 업체인 아펙스는 코스닥 시장에 등록됐다.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공정 장비 업체들의 경우 그동안 국내 시장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기존 조립 분야 장비 업체들과는 달리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전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어 국내 장비 업체의 이 분야 세계 10대 기업 진입도 한번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해 국내 장비 시장에서의 빠른 구도 개편을 암시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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