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교육정보화사업 연기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교육정보화 기반구축사업 연기계획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많다. 교육부는 당초 오는 99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던 각급 학교 실습용 컴퓨터 보급사업을 2000년으로, 교사용 컴퓨터 보급사업과 각 교실에 첨단 멀티미디어 시설을 조성하는 교단선진화사업을 2002년으로 각각 추진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또 오는 2000년까지 마치려 했던 학교전산망(LAN) 구축사업도 2년 늦춰 2002년까지 추진하는 등 교육정보화사업을 당초 계획보다 1∼3년씩 지연시키기로 했다.

물론 정부가 이처럼 교육정보화사업을 연기하게 된 배경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각 부문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마당에 교육정보화사업이라고 긴축재정에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일선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정보화 마인드가 부족한 데다 지난해부터 교단선진화사업으로 각급 학교에 보급된 각종 값비싼 멀티미디어 기자재들이 프로그램 부족으로 거의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교육부가 최근 자체적으로 실시한 교육정보화사업 점검 결과 일선교사의 35%가 컴퓨터 사용법을 모르고 있으며 컴퓨터가 부담스럽다는 교사도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앞으로 구체적인 컴퓨터 활용계획을 갖춘 학교부터 실습용 컴퓨터를 우선 보급하고 컴퓨터를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교사에게는 컴퓨터 보급을 제한하는 형태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이런 방침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종합 진단해 내린 판단이라기보다 예산축소에 따라 급조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지난달 1백대 국정과제를 확정 발표하면서 정부가 오는 2002학년도 대학입시에 컴퓨터를 선택과목으로 포함시키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가 21세기 정보화 대국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그 시대에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컴퓨터 과목을 대학입시에 포함시켜야 할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교육 기회는 지역간, 빈부간, 학교간 공평해야 한다. 정부 구상대로 2002학년도 입시부터 컴퓨터를 선택과목에 포함할 경우 현재 중학교 3학년 이하 학생들이 해당 수험생들이어서 내년부터는 일선 중, 고교에서 당장 컴퓨터를 정규 교과목으로 정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열기로 볼 때 이번 조치로 컴퓨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신종 과외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실정을 고려해보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성급한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교육 기회의 불균등 초래는 물론 자칫 입시제도의 혼란마저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교사들의 정보화마인드 부족이나 기자재 활용 부족이 사업을 연기하게 된 배경이라면 교사들을 더욱 강도높게 훈련시키고 프로그램을 보완, 개발하는 등의 개선책 마련이 더 급선무일 것이다.

이번 교육정보화사업의 연기 결정은 정보통신 관련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벌써 일부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도산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 정보통신업체들은 경기침체에다 구조조정으로 금융 및 기업의 전산화 프로젝트 발주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소규모나마 발주되는 공공기관 프로젝트와 교육정보화 사업에 기대를 걸고 이들 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일부 벤처기업들은 타분야는 제쳐두고 교육정보화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만 몰두하는 등 교육정보화 시장 잡기에 주력해온 상황이어서 이번 조치로 한 순간에 주 영업분야를 잃게 된 형편이다. 영세한 이 업체들이 2억∼5억여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개발한 각종 관련 프로그램은 교육정보화사업이 본격화할 때까지 창고에 쌓아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사장될 위험도 커진다.

IMF사태로 모든 분야에서 긴축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예산축소를 이유로 학교 컴퓨터교육에 차질을 빚게 해서는 안된다. 하드웨어 보급 위주의 정책은 지양돼야 하지만 교육기회의 불균등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정책은 과거 청산식 변경보다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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