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대도시 교통카드사업 이대로는 안된다 (상)

지난달 말 서울 지하철에 후불식 교통카드시스템 시범운영이 시작돼 조만간 대중교통수단에는 동전이나 티켓이 필요없는 시대가 눈 앞에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이같은 교통카드시스템은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구축의 기초작업인 만큼 투명성, 효율성 등을 고려, 신중하게 도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해 결국 교통카드시스템 운영이 왜곡되는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교통카드시스템이 「국민의 정부」와 신임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사항인 교통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정보통신기술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2회에 걸쳐 현재 교통카드 도입상황 및 문제점, 개선방향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현황과 문제점

◇전국 교통카드 도입운용 상황

현재 전국에서 교통카드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서울의 버스, 지하철, 부산의 버스, 지하철, 제주도의 버스, 경기도의 버스, 인천의 버스 등이다. 나머지 시도의 경우 최근 광역, 기초단체장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교통카드 도입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인테크산업이 서울, 제주, 경기, 인천 지역의 버스카드시스템을, C&C앤터프라이즈가 서울 지하철카드시스템을, 한국정보통신(KICC)이 부산 하나로교통카드시스템 운영을 각각 맡고 있다.

◇시스템 성격

인테크산업, C&C앤터프라이즈, KICC 등 사업자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지불방식과 카드발행 및 정산방식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을 비롯, 제주, 경기, 인천 버스카드시스템의 경우 버스조합이 선불카드의 발행, 정산업무를 독점하고 있으며 실제 시스템 운영은 인테크산업이 맡고 있다.

서울 지하철카드의 경우 후불 신용카드 방식으로 씨엔씨앤터프라이즈가 정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카드발행 및 정산업무는 국민카드가 책임지고 있다. 역시 선불방식의 부산 하나로카드는 KICC가 정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카드발행 및 정산업무를 동남은행이 관장하고 있는 상태다.

보급된 교통카드는 신속한 대금결제 처리를 위해 필립스, 소니 등 외국의 비접촉식(RF) 메모리카드를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들 교통카드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해당 버스조합, 금융기관, 시스템사업자들의 독자적인 규격으로 설계돼 상호 호환이 불가능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점

현재 전국의 교통카드시스템은 무엇보다 상호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원죄」를 지니고 있다. 이는 해당 교통카드를 운영하고 있는 버스조합, 금융기관, 시스템사업자 등이 자체 규격을 공개하지 않고 다른 사업자의 참여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전국 호환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이 난항을 겪게 된 것은 물론 관련 단말기, 서비스업체의 참여도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인테크산업, C&C엔터프라이즈, KICC 등의 업체들은 『자체 기술규격은 해당 업체만의 노하우이므로 「공개」는 무리』라고 전제하고 『서울 버스, 지하철이 이미 호환에 합의한 상태고 어떤 방식으로든 전국 호환을 추진할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개별 교통카드시스템이 계속 확장될 경우, 결국 해당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시민의 발」이 볼모가 돼 행정부처의 통제력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현재 서울 버스카드의 경우 버스조합이 카드발행, 선불자금관리, 키관리, 정산 등을 독점하고 있어 선불자금 규모 및 운용관리가 불투명할 소지를 안고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이다.

또 시스템장애, 거래기록 위변조, 데이터 유실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개별 카드에 대한 완벽한 추적이 힘들어 사고발생시나 개인별 거래기록에 대한 이의가 제기될 경우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테크산업은 『버스카드시스템은 거래내역에 대한 완벽한 관리가 가능한 것은 물론 지금껏 사고가 발생한 적도 없다』며 이같은 사실을 반박했다.

서울 지하철카드는 거래 투명성 확보는 가능하나 교통운영 주체인 지하철공사, 철도청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마디로 전국의 교통카드시스템은 개별 교통사업 운영주체와 시스템사업자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왜곡된 「지역 분할구도」를 형성, 전국으로 확산되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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