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수출사기극에 이용되는 까닭은...

최근 피앤텍이 캐나다 조이사에서 중앙처리장치(CPU)를 빌렸다 반환하는 반복적인 거래를 정상적인 수출로 위장해 1천억원대의 사기극을 벌여오다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7개월 전인 97년 11월에도 이와 비슷한 수법의 「변인호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이철희, 장영자 사건을 뺨친 희대의 사기극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4천억원대의 「변인호 사건」 역시 이번에 발생한 「피앤텍 사건」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핵심부품인 메모리를 무역사기극의 재료로 사용했다. 이처럼 CPU, 메모리 등 반도체가 사기극의 주무기로 활용되는 이유는 제품 부피가 작고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한때 메모리의 경우 1MB가 금 한돈쭝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고가 부품으로 간주됐다. 현재 메모리 가격이 크게 하락해 단가가 크게 떨어지긴 했으나 무게나 부피 대비 제품단가는 여느 제품보다 높다.

CPU의 경우 메모리에 비해 훨씬 고가인데다 가격변동 또한 적은 편이어서 예나 지금이나 무역상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무역 아이템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이들 반도체 제품은 부피가 작기 때문에 운송비가 다른 제품에 비해 적게 들고 보세창고 이용료 등 수출입에 관련된 각종 부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즉, 해외에서 반도체를 빌 CPU는 들고 나는 물량이 많아 정상적인 무역으로 위장하기 쉽다는 이점도 있다. 월 평균 12만~15만개 가량이 수입되고 이 가운데 일부분은 다시 해외로 수출되므로 CPU의 월 무역 유동물량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여기에 국내 CPU 유통가격보다 해외 유통가격이 비싼 기현상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수입한 CPU를 역수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반도체를 무역사기에 활용해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는다.

더욱이 CPU는 제품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일반 무역상뿐만 아니라 보따리 장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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