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화제] 멀티 프로듀서 "레디 고" 고함소리

상상력과 예술적 기질, 컴퓨터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멀티 프로듀서들이 대학가의 신 풍속도를 연출하고 있다.

멀티 프로듀서(Multi Producer)란 집이나 동아리방을 멋진 「디지털 스튜디오」로 꾸며 놓고 전자앨범부터 비디오, 광고 CF, 3D 애니메이션까지 척척 만들어내는 만능 재주꾼들. 이들은 컬러명함이나 생일 초대장 같은 소품을 친구들에게 나눠주거나 신세대다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축제기간에 선보여 캠퍼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소문난 컴키드 출신 중에는 충무로와 광고계에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면서 졸업 후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프리랜서를 지망하는 학생도 많다. 아예 값비싼 영상편집기나 워크스테이션급 컴퓨터를 갖춘 「디지털 영상제작소」를 운영하는 전문가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물론 대다수 자칭 멀티 프로듀서들은 PC와 몇가지 주변기기를 이용해 취미를 즐기는 수준이다.

이들 신세대에 의하면 초보자 수준만 뛰어넘은 유저라면 누구나 멀티 프로듀서에 도전해볼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엔 흔해진 전자앨범은 PC와 프린터, 스캐너만으로도 충분하다. 스캐너로 사진을 읽어들여 PC에 옮긴 후 포토숍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이나 셰어웨어로 구할 수 있는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를 거쳐 작품을 완성하면 된다.

보급형 CDR를 가진 친구에게 부탁하거나 CDR서비스센터에 맡기면 어릴 적 빛바랜 사진을 담은 추억의 가족앨범이나 MT 사진으로 꾸민 동아리 앨범을 만드는 일은 쉽다.

스캐너 대신 저가형 디지털카메라가 있을 경우엔 더욱 간단하다. 촬영을 마친 디지털카메라를 시리얼 포트에 연결해 이미지 데이터를 PC에 옮기고 나면 나머지 과정은 보통 카메라 구입시 번들로 제공받은 전자앨범용 SW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컬러프린터가 있다면 1만원짜리 지폐를 스캔받은 다음 세종대왕 얼굴부분에 남자친구의 증명사진을 오려붙여 인쇄하거나,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영화 「타이타닉」의 포스터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갑판에 서 있는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 대신 자신의 모습을 끼워넣을 수도 있다.

좀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움직이는 영상인 디지털비디오 제작도 가능하다. 이 때는 VCR와 소형 캠코더, PC에 장착할 디지털 NTSC 인터페이스 카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등이 추가돼야 한다.

이 모든 장비를 새로 장만하려면 보급형 모델로만 골라도 최소한 4백만∼5백만원은 들겠지만 가지고 있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한다면 훨씬 비용부담이 줄어든다. 친한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허름한 장소를 빌린 다음 각자 집에 있는 장비를 옮겨 놔도 훌륭한 디지털 스튜디오를 꾸밀 수 있다.

동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캡처받아 하드디스크에 파일로 저장했다가 순식간에 재생시켜 비지털비디오를 제작해 보면 다큐멘터리나 뮤직비디오 감독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어도비 프리미어 같은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지면 본격적으로 3D 애니메이션 비디오나 CF제작도 가능하다.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구상한 뒤 편한 대로 종이 위에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이를 마우스나 타블렛 등 입력장치로 PC에 옮긴 후 3D 애니메이션 툴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하면 된다.

35㎜로 촬영한 필름을 수작업 대신 디지털로 편집하는 아비드시스템은 현재 1억원을 웃돌지만 앞으로 영상 엔터테인먼트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PC와 연결해 쓸 수 있는 다양한 영상장비들이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안방이 작은 충무로가 되고 대학가의 멀티 프로듀서들이 임권택 감독처럼 유명세를 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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