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고온 초전도체

남산에 올라가서 「야호」라고 외치는 소리를 제주도 한라산 꼭대기에서 들을 수 있을까. 이처럼 꿈같은 현상들도 21세기에는 상당부분 실현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해결의 핵심은 소리가 전달될 때 손실이 전혀없는 물질(매질)을 찾는 것이다. 고온 초전도체는 이와 같은 원리를 전기에 응용한 것으로 21세기초를 전후해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혁명적인 발전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를 아무 손실없이 전달할 수 있는 초전도 물질은 1911년 네덜란드의 하이케 오네스가 절대온도 4도(4K, 섭씨 영하 2백69도)로 냉각한 엑체 헬륨에 담근 수은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처음 그 내용이 소개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극저온의 액체 헬륨은 만들기가 무척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 또한 엄청나게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를 상용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과제로 인식됐다.

이러한 상황이 극적인 반전을 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즉, 86년말 IBM 취리히연구소의 뮐러와 베드노르츠는 세라믹계 재료를 이용해 수은보다 무려 27도나 높은 온도(31K, 영하 2백42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사실을 발견,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그 후 과학자들은 더욱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 새로운 고온초전도 재료들이 잇따라 소개되기 시작했다.

또 액체 헬륨 대신 질소(77K)로 냉각하면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임계온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과 함께 최근 절대온도 1백30도 전후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물질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초에는 실내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과학자도 상당수에 달한다.

한편 초전도 응용분야를 보면 과학자들이 이 분야 연구에 왜 그토록 흥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초전도 물질로 「양자간섭소자(SQUID)」라는 센서를 만들면 사람의 뇌가 소리에 반응할 때 내는 미세한 자기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다. 앞으로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뇌, 심장, 폐 등의 내장기관의 움직임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삼성종합기술원 등의 연구기관들이 이 분야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SQUID 제작에 필수적인 박막제조, 조셉슨 접합 등의 기술은 차세대 초전도 전자공학의 핵심이 되는 기술로 앞으로 초전도 트랜지스터, 디지털 소자 개발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컴퓨터보다 정보처리 능력이 수백배 뛰어난 초전도 컴퓨터의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초전도체는 또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도 초전도체 내부에는 자기장이 형성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이 원리를 응용한 것이 바로 차세대 대중 교통수단으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자기부상 열차다.

특히 이 분야는 한국기계연구원과 현대정공이 공동으로 올해초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도시형 자기부상 열차를 개발, 일반인에 공개하는 등 국내 연구진의 연구수준이 세계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열차의 성능은 최대 1백20명을 태우고 최고 1백10㎞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 동안 성능개선과 상용화 연구를 동시에 추진하면 2000년에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21세기 첨던 과학기술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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