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겉도는 벤처자금 지원

많은 중소기업들의 첨단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 시장위축에 이은 매출감소, 현금확보가 당면과제로 등장하면서 기술력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당장 회사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가 수조원의 벤처기업 자금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나 은행과 중소기업청 등 자금을 전달하는 지원창구에서 향후 회수를 걱정해 대출을 미루는 등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로비를 해야만 지원을 하려 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높아만 가고 있다.

또한 벤처기업의 주력분야인 정보통신을 비롯, 생명공학, 교통시스템 등 각 부문에 대한 기술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G사는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펼쳐오던 첨단 교통분야 연구개발사업을 잠시 중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교통종합관리시스템 등 첨단 교통장비를 개발하는 이 회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삭감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결제기간이 길어지면서 연속적으로 투입되는 개발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은행은 물론 중소기업청 등 정부 지원창구를 두드려 보지만 모두가 기다려 보라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한다. 특히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벤처 중소기업 육성책에 기대를 걸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기술개발자금, 은행과 국가가 지원하는 각종 지원자금을 신청해 보지만 어렵다는 메아리만 들려올 뿐이다.

이 회사는 사장을 포함해 70명 중 40여명이 연구, 개발직 직원으로 개발에 남다른 투자를 하면서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첨단제품과 비교해 성능면에서 뒤지지 않는 제품을 개발, 국내외 특허 등록에 이어 국산 신기술인정서인 KT마크를 획득해 놓고 있다.

이같이 기술만큼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 담보도 있으나 현금부족으로 연구개발장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차기 첨단 아이템 개발도 상당부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경기도 시흥시에 소재한 C사는 매출액의 20% 규모를 해마다 연구개발비에 투입, 선진국 제품의 독점을 막는 등 국산 전자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준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감소와 이에 따른 현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소기업 지원자금 대출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으나 은행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고 이 회사 사장은 말한다. 결국 이 회사 사장은 중개인의 소개로 중개료 2백만원과 관계기관 공무원에게 1백만원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지만 지원자금을 받지는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현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는 열흘 이상의 시간소비와 정신적 피해로 제조업에 뛰어든 게 후회스럽기만 하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이 로비로 자금을 융통하려 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공무원들의 구태에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한다.

고금리시대를 맞아 기술이 있든 없든 모든 업체들이 저렴한 금리의 정부 지원자금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사활이 걸린 현 시점에서는 고리라도 수혈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정부와 지원창구에서 응급환자의 사활가능성을 정확히 진단하는 안목을 갖고 공정한 업무를 수행할 때 IMF의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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