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구조조정과 벤처기업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 성공한 모델로 자주 거론되면서 우리도 벤처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벤처기업이 주도하는 경제구조로 전환되지 않으면 계속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압박감 속에 벤처만이 살 길이라고 모두들 외치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많다.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데 따른 성공 보장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이나 상장회사들보다는 위험도가 높다. 이들은 담보력도 약하며 부도가 났을 때 손해를 만회할 만한 자산도 없다. 자칫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만을 강조할 경우 과거에 야기됐던 부실과 같은 금융기관의 부담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적절한 전략없이 당위성만으로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성을 갖는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회의론이나 한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투자회수방법이 잘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험이 큰 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주식시장이나 코스닥(KOSDAQ)시장의 모양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를 많은 사람들이 부르짖었지만 아직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몇몇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나스닥(NASDAQ)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스닥에 상장시킬 수 있는 기업들이 흔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한된 해법일 수밖에 없고 아직 성공사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처럼 M&A라도 빈번히 이루어진다면 회수가 가능하지만 소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나라 기업주들의 성향 때문에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않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과거 벤처캐피털들이 회수가 쉬운 약정투자나 대여를 선호한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투명도 자체를 비교하자면 대기업과 같이 반투명한 것이 아니라 아예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회사의 재산과 개인의 재산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투자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기꺼이 다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기업인을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선결해야 할 요건은 주식시장 및 M&A 활성화다.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졌을 때, 좋은 회사가 있다면 누구나 투자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 벤처기업을 운영해 상장 후 큰 부를 확보한 사람들이 자주 나오면 정부가 독려하지 않아도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정부에서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숨겨진 자금들이 벤처캐피털을 통해 유용하게 투자될 것이다. 또 벤처기업을 하는 사람들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투자받기 전과 투자 받은 후가 똑같은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또 벤처캐피털도 미래의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이 신규투자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은 일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변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비효율적인 요소들,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벤처기업들도 구조조정의 대상이고 정부와 벤처캐피털도 구조조정의 대상이다. 우리 국민의 삶과 의식에서 구조조정이 끝날 때가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일 것이다.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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