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시장 상반기 환경변화 (2);가전분야

상반기 가전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위축됐다. 백색가전은 물론 계절 상품까지 부진한 판매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부문 상반기 매출이 9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인 7천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급격한 시장상황 변화는 그동안 대리점 중심으로 운영돼 온 가전 유통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선 가전대리점을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전업체들의 대리점 정책이 바뀌었다. 부진한 판매에 자금유동성 확보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가전업체들은 전속대리점 형태의 기존 유통망의 부담이 커지자 상반기 내내 부실 유통점 걷어내기를 시작했다.

지난해말 1천5백개 내외로 운영됐던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전속대리점들은 상반기가 지난 지금 1천3백개 내외로 크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올해말 1천개, 99년말에는 7백~8백개로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유통도 지난해 흡수한 대우전자의 전속대리점 수를 부실점정리 등으로 1백개이상 줄여 놓았다. 이들 업체는 대리점 감소와 관련 「30%의 시장 축소에 30%의 유통점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본사의 자금여력이 없어 이전처럼 부실한 대리점을 끌고 갈 수 없다는 가전업체들의 입장은 대리점 정예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전속대리점 축소는 가전업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혼매, 양판으로 가는 초기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형 유통점인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 숫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이들 대형점이 바로 혼매 양판체제를 대비한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가전업체들의 혼매 양판에 대한 관심은 상반기에 「전자랜드21」이나 하이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등 양판점 매출확대 노력으로도 나타났다. 가전사들의 혼매양판 제제로 전환을 시사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올상반기 가전유통 분야 최대의 변화로 주목되고 있다.

일선 가전대리점 유통점들은 지난 상반기 내내 버티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전업체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본사 차원의 지원이 크게 줄어들었고 담보비율 조정 등으로 취급할 수 있는 물량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더기 도산 속에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유통점들과 가족단위로 운영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형점들이 살아남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가전사들의 IMF형 제품등 저가 제품 출시와 부도에 임박한 대리점들의 투매 등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졌다. TV 등 주요 가전제품의 주력판매제품 가격이 IMF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업체들의 매출감소는 판매량 감소폭보다 커지고 잇다. 일선대리점과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하는 할인점, 전문상가 등과의 가격 편차가 줄어들어 대리점들은 판매부진과 적은 이윤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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