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정비석의 「자유부인」부터 염제만의 「반노」,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에서 「예술」과 「외설」의 논란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성윤리는 사회통념상 일반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각 시대의 사회풍속이나 윤리, 종교 등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상대적이고도 유동적인 것이 바로 「성」이기 때문이다.
최근 PC통신상 음란물에 대한 검찰의 단속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사회 각층, 특히 네티즌의 공방이 뜨겁다. 정도를 지나친 음란물에 대해 의당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사전심의를 하고 있음에도 검찰이 굳이 나서는 것은 정보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상의 음란물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PC통신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 더욱 음란한 정보가 많은데 국내 PC통신사업자들만 적발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건 현대 사회의 개방화, 민주화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대담하고 솔직하며 다양한 성적 표현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보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소의 부작용과 역기능 때문에 역사적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구성원들은 부작용을 차단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돌릴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음란물 제작자의 규제와 처벌문제는 일단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음란물의 유통을 막지 못한 통신사업자들의 처벌에 대해서는 좀 다른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통신사업자의 기본 임무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통신인프라를 구축, 운영하는 일이다. 양질의 DB를 발굴해 국가 정보화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네트워크 상에서 얼마나 정보를 잘 소통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하루에도 몇천건씩 새로 쏟아지는 정보의 해악을 가려 통제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 국가의 신경중추인 통신망에 지나치게 규제의 칼을 들이대다 보면 자칫 국가 정보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일개 사업자가 사실상 「사후검열」 같은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통신상의 음란물 유통,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의 사건에서 민간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세계 인터넷 자유화 운동」처럼 통신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공권력에 의한 통제거부 운동을 전개해 온 네티즌 단체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음란성 판단의 잣대도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이어서 각 사업자가 섣불리 적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사회공익에 반하는 각종 정보의 유통을 사전에 심의하거나 사후에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찰 등 공권력은 이와 같은 규제가 실패했을 경우에 한해 최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방송윤리위원회나 공연윤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정보문화센터, 정보통신진흥협회 등 사업자단체의 자정 활동을 통해 건전한 정보문화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음란물 범위와 외설적 표현에 대해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콘텐츠 제공업체는 그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 정보를 제작하며 통신사업자는 자격있는 회원들만을 선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 불건전한 정보의 제작과 유통에 대한 최종 감시자는 일반 네티즌들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 사이버스페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다.
<데이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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