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수출 심상찮다

올해초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폭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됐던 가전제품 수출전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IMF사태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예상치못한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바람이 가전 3사는 AV제품의 경우 국내생산과 해외생산까지 합쳐 수량기준으로 평균 30% 이상의 수출 확대를 목표로 잡았다. 또 전자레인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백색가전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1백% 누릴수 있는데다 환율상승 폭만큼이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었기 때문에 업계가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개척으로 눈을 돌리면서 올들어 백색가전 제품은 수출이나 해외진출이 눈에띄게 늘어나 수출확대의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

AV제품의 경우 가전 3사의 상반기목표는 어렵사리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 환율상승으로 인한 효과가 2/4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데다 현재 열전에 돌입한 월드컵특수도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다. 백색가전제품도 상반기동안 지난해에 비해 괄목상대할만한 수출증가를 이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백색가전은 지난해까지도 수출이 매우 미미했으나 올들어 해외시장 공략으로 꽤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지난 5월 들어서면서부터는 하반기의 수출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엔저.

엔저현상은 아직까지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최근에는 이로인해 유일한 아시아 환율안정의 버팀목이었던 중국마저 위안화의 평가절하 불가피성마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엔저가 가전수출에 타격을 입히는 이유는 각국의 환율변동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보다는 해외시장의 공황에 가까운 경기침체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호경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서유럽 시장을 제외한 주력시장들이 일시에 수요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장이 CIS. CIS지역은 올들어 지난해 기대했던 규모의 절반으로 수요가 꽁꽁 얼어붙은 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남아지역은 이미 연초부터 내수와 마찬가지로 IMF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중남미시장의 경우 그런대로 수요가 유지되고 있으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사태를 피할수 없게됐다. 세계각국의 업체들이 CIS, 동남아지역의 침체로 중남미시장 공략에 발벗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아쉽게도 경기가 좋은 미국와 유럽에서는 탄탄한 일본업체들의 수성으로 수출확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 업계는 타지역 침체를 보이자 최소한 미국과 유럽시장만은 지키자는 전략으로 가격면에서도 국내업계에 못지않는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이에 따라 그동안 변방으로 여겨왔던 신시장을 어렵사리 개척해 주력시장에서의 물량감소를 보충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이들 니치마켓이 규모가 워낙 적어 목표달성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AV제품 수출 담당자들은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수출 목표량의 80%를 달성하는 정도에 만족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그럴 경우 올해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그리 나아질게 없어 고민』이라고 푸념하고 있다.

백색가전업계의 관계자들도 『5월이후부터 해외시장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수출전선이 당초 기대와는 멀어지고 있다』고 걱정스런 표정이다.

『환율상승으로 가전수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장미빛 환상이 세계적인 환란과 무더위와 함께 서서히 깨지고 있다.하반기에 CIS, 동남아등 해외시장이 호전되지 않는 이상 목표달성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가전 3사 수출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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