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가 해외자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무리한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일각에서는 산업특성상 시장 전체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외자유치를 사업자별로 너무 급하게 추진, 헐값에 주도권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미 외국인 투자유치 계획을 확정한 한글과컴퓨터 등 일부 정보통신업체들이 이들의 무리한 요구로 실제 투자유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몇개 기업에 한꺼번에 투자의향을 전달, 마치 입찰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공기업 및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몸값을 최대한 올린 후 매각에 나서기보다는 당장의 외자 유치에만 급급해 주위에서 헐값에 지분을 넘긴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과컴퓨터 투자문제다. 비록 한컴이 MS로부터 1천만∼2천만달러를 유치, 회생 가능성이 커졌다고는 하지만한글의 개발 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업계뿐 아니라 일반국민들조차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MS의 한컴 지분참여 결정은 투자가 아니라 한국시장을 독점하겠다는 「기업사냥」의 성격에 가깝다며 비판하고 있다.
얼마전 한 기간통신사업자에 1억달러가 훨씬 넘는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한 외국 통신업체는 실제 집행을 앞두고 산업은행 채권을 원용하는 방식을 요구, 정부와 해당 사업자를 당혹케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민간기업간 투자에 일종의 정부보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무리한 요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기간통신사업자는 이 때문에 아직까지 지루한 세부협상만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기간통신사업자는 최근 투자를 약속한 외국업체와 거의 계약 성사 단계까지 갔으나 최종순간 양측의 조건이 맞지 않아 이를 포기했다. 이 기간사업자와 투자상담을 벌였던 외국기업은 여타 국내 기간사업자들에도 투자의향을 전달, 현재 복수의 업체가 접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지분의 조속한 해외매각을 발표한 한국통신도 부채로 책정된 설비비 반환 등 회계처리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방안이 최종 확정되기도 전에 매각을 추진, 몸값을 제대로 못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경영권까지 넘길 수 있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국가 백본망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특성상 국가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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