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해외투자전략 "궤도수정"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가전업계가 자본투자 대신 가전플랜트 및 기술수출을 통해 새로운 해외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은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자본을 앞세워 직접 현지생산에 나섰던 지금까지의 해외투자전략을 수정해 해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자본 및 생산부지는 현지업체에서 전담하고 국내 업체들은 가전제품 생산플랜트와 생산기술, 부품 등을 제공하는 형태의 간접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올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계의 이같은 해외투자방식은 경제수준 및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완제품 수출이 힘든 지역에 집중돼 직접 진출에 따른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신시장개척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자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해외 현지업체 대부분이 판매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가브랜드보다는 삼성이나 대우 등 국내 업계의 브랜드를 부착, 국내 기업들의 유통망을 통해 내수 및 해외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이같은 방식의 해외투자는 대규모 투자없이 새로운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초 콜롬비아의 유니램사에 4백ℓ급 냉장고 생산플랜트를 수출하고 1백만 달러의 기술전수료와 함께 3년 동안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램사는 현지 공장에서 자가브랜드 및 삼성브랜드로 생산, 내수 및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이란 하드코사에 연산 7만대 규모의 TV플랜트와 생산기술을 이전,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을 삼성브랜드로 공급받아 이란 및 인근 지역에 수출키로 했으며 내년에는 연산 30만대 규모로 생산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최근 팔레스타인의 PIIC사와 공동으로 TV, 냉장고, 에어컨, 휴대폰 등 일반가전의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할 「PEEC(Palestine Electronic & Electrical Company)를 설립, 가전제품 생산에 필요한 생산시설 및 부품, 생산기술 등을 제공키로 했다.

그동안 이란의 IEI와 REI사 등에 TV플랜트, 중국에 피아노 제조기술 및 플랜트 수출한 대우전자도 자본투자 대신 가전플랜트 및 기술수출을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 아래 올해 이를 전담하는 해외지원팀을 별도 조직으로 독립시켜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대우전자 측은 기존 러시아, 중국, 이란 외에 추가로 서남아시아 지역에 TV 및 VCR 생산라인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동지역에도 TV, VCR는 물론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종합생산공장을 턴키베이스로 공급해 대우브랜드로 생산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승욱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