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 이어 최근 일본이 각각 독자적인 디지털방송규격을 정함에따라 후발국가들을 상대로 한 디지털방송규격 유치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서로 다른 세가지 방송규격을 놓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와 중남미국가들. 동유럽이나 독립국가연합(CIS) 등 지구촌의 다른 지역은 아직까지 디지털방송 실시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방송규격 선정은 NTSC, PAL, SECAM 등으로 3분된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판도를 일거에 뒤집을 방송계 최대의 지각변동이자 각국 방송관련업체들간의 이해관계와 미국, 유럽, 일본의 기술 및 문화 지배전략까지 가세해 20세기 최대, 최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방송규격 선정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지역에는 현재까지 미국의 ATV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ATV방식을 이미 확정했으며 호주는 유럽의 DVB-T방식으로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연방국가인 호주는 미국의 ATV방식을 선호했으나 영국과의 정치적 이유로 막판에 유럽방식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싱가포르도 ATV가 매우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어드벤트 텔레비전이라는 벤처기업이 DVB-T방식을 실험중이나 최근 정부계 방송사업자인 싱가포르 텔레비전사가 ATV방식의 옥외실험을 실시하는 등 ATV쪽으로 기울고 있는 인상이다.
싱가포르와 경제, 문화적으로 매우 밀접한 홍콩과 말레이시아도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ATV방식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인 중국은 아직까지 어느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ECAM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영연방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유럽방식으로 결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구 공산권 종주국이자 SECAM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이 어떤 규격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PAL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중남미지역은 디지털방송에서는 ATV쪽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팍스아메리카를 꿈꾸고 있는 미국이 ATV방식 수용을 위해 멕시코를 발판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남진을 계속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이미 캐나다가 ATV방식을 채택, 미주대륙은 미국의 ATV 지배아래 놓일 공산이 크다.
아시아와 미주지역이 미국의 ATV와 유럽의 DVB-T로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싱가포르와 중국을 거점으로 뒤늦게나마 자국 규격인 ISDB-T의 불꽃을 지피고 있다.
일본은 싱가포르 정부와 기술협력협정을 맺어 ISDB-T 설명회를 갖는 한편 일본의 중국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중국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전문가들은 디지털방송 판도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NTSC계는 미국의 ATV쪽으로, PAL 및 SECAM계는 유럽의 DVB-T쪽으로 갈 것이라는 것. 방송은 기술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적인 파급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기존의 유대관계를 끊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중남미지역은 역사적으로는 유럽과 밀접하나 최근 경제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ATV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이 과정에서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옛 소련을 대신해 방송계의 제3세력으로 등장한 일본이 ATV와 DVB-T로 양분되고 있는 판도에 어떤 변수를 제공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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