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은 대표적인 세트 종속적 전자, 정보통신 부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완제품 업체를 공급처로 확보하느냐가 PCB업체의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할수 있다.
또 이같은 PCB사업 속성에 따라 PCB업체들도 구분되는데 보통 세트업체와 계열관계 등 특수관계를 맺고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를 캡티브숍(Captive Shop)이라 한다.
한국은 세계 2위의 가전제품 생산국일 뿐더러 산업용 전자기기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생산능력을 지니고 있어 캡티브숍 형태의 PCB업체들이 성업을 누리고 있다.
캡티브숍 형태로 발전, 국내 PCB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니고 있는 업체는 LG전자, 삼성전기, 이수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LG전자 등 LG그룹 전자, 정보통신 관련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PCB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는 LG전자 PCB OBU는 지난해 2천2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 국내 최대 PCB업체로 자립잡고 있으며 삼성전기의 경우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원아래 지난해 약 1천7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수전자의 경우 대우그룹의 계열 기업은 아니지만 대우그룹과의 특수관계를 맺고 있어 사실상 대우전자 등 대우그룹 전자, 정보통신기기업체의 캡티브숍으로 여겨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 3개사는 그동안 모그룹이나 특수관계의 그룹 지원이라는 온실 속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체에 따라 다소 사정은 차이가 있으나 캡티브 마켓 비중이 많게는 40%에서 적게는 30% 정도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전자, 정보통신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인해 그동안 우산 역할을 해온 그룹 계열사의 지원이 현저하게 축소되고 있다. 이는 그룹 계열사가 갑자기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내수 및 수출 부진에 따른 PCB 구매물량의 감소 탓으로 볼 수 있다.
PCB설비 투자 및 생산규모를 고려해 볼 때 계열사 물량감소는 결국 이들 3사의 생존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다 기존 가전제품용 페놀계 PCB 및 에폭시계 양면 PCB는 갈수록 채산성이 악화돼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이 업체들이 지속하거나 새로 뛰어들기에는 한계를 지니고있다.
이처럼 PCB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자 LG전자, 삼성전기, 이수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캡티브숍 3사는 최근 들어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어 국내외 오픈숍(계열 기업에 구애받지 않고 PCB를 구매하는 세트업체 시장)에 적지 않을 파장을 일으키고 나아가 오픈마켓 판도 자체를 변화시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LG전자는 갈수록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페놀계 PCB사업을 외주업체에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삼성전기 또한 반도체 패키지(BGA), 반도체 모듈기판, 초다층 MLB 등으로 사업구조를 변화시켜 나가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수전자도 최근 준공에 들어간 BGA 생산공장을 조만간 본격 가동, 양면 및 MLB 중심의 사업 비중을 초다층 MLB, BGA, 모듈기판, 빌드업기판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업체들이 계열사 비중을 낮추고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섬에 따라 국내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구매해온 저부가가치 PCB는 중견 PCB업체로 이관될 것으로 보여 이를 수주하기 위한 국내 중견 PCB업체의 움짐임도 최근 들어 활기를 띠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중견 PCB업체간의 자리바꿈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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