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지도" 바뀐다 (3);PCB용 동박시장

보통 동박이라 불리는 전해동박은 인쇄회로기판(PCB)용 원판의 핵심소재로 지난해 국내에서1만1천톤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다. 올해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전자정보통신기기의 내수 및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해 PCB의 수요도 덩달아 줄어듦에 따라 동박의 국내시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들어 동박의 해외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어 동박업체이 숨통을 다소 트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동박시장을 사실상 선도하고 있는 일진소재산업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올해 국내 동박시장은 1만톤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용도별로 보면 가전제품용으로 사용되는 접착동박(ACF)시장이 6천톤 정도에 달하고 정보통신기기 등에 주로 사용되는 비접착동박(UCF)은 4천톤 남짓하다는 것.

그런데 일진소재산업은 현재 ACF 8천톤, UCF 6천톤 등 연간 총 1만4천여톤의 동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 회사의 공급능력만으로도 국내 동박 수요를 감당하고 남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연간 1천여톤의 ACF 생산능력을 지닌 태양금속과 후쿠다, 후루카와, 미쓰이, 일본덴카 등 일본 업체의 공급량까지 합친다면 국내 동박시장은 포화상태를 넘어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진소재산업을 비롯한 국내 동박업체와 일본 동박업체간에 시장 선점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가격덤핑 시비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일본 동박업체들이 국내동박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어 국내 업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들고 있는 추세다.

공급과잉에다 일본 업체의 등살에 허리가 휘고 있는 국내 동박업계는 최근 들어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나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 복병은 다름아닌 동박시장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는 LG금속이다.

국내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동박사업 참여를 선언한 바 있는 LG금속은 현재 거의 완공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전북 정읍공장에서 약 3천여톤의 UCF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LG금속은 이르면 10월부터 월 3백여톤의 UCF를 생산하고 추가로 월 2백여톤의 생산설비를 확장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LG금속이 연간 5천여톤의 동박을 생산, 국내시장에 공급하면 국내 동박 공급능력은 1만1천여톤을 상회하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요되는 4천여톤의 UCF량보다 공급능력이 무려 3배 정도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LG금속의 동박사업 참여와 관련, 국내 업체들은 『공급능력 측면에서 LG금속의 사업참여가 주는 영향보다 오히려 LG금속 뒤에 있는 LG그룹 및 협력업체의 지원이 더욱 가공할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가전, 정보통신기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전자, LG정보통신, LG반도체 및 PCB 사업을 벌이고 있는 LG전자, PCB원판 사업을 벌이고 있는 LG화학 등 PCB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는 LG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LG금속이 동박사업에 참여했다는 것은 일거에 국내 동박시장 판도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것.

자칫하면 근 10년간 중소기업 위주로 국산화의 기틀이 마련된 국내 동박산업이 대기업과 일본 업체의 협공으로 무참하게 침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PCB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