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시장의 호황세와 맞물려 주변기기시장도 덩달아 상종가를 치고 있다. 휴대폰과 PCS 등 이동전화 가입자 1천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동통신용 주변장치 수요도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통신기기용 주변장치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핸즈프리 키트다. 핸즈프리 키트는 차량에 설치돼 운전자가 이동전화기를 직접 손에 들지 않고도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는 장치다. 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흔히 핸즈프리라고 부른다. 핸즈프리는 자동차의 안전벨트, 에어백과 같이 운전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아직 국내에서 핸즈프리는 선택 품목의 성격이 강하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차량 내에서 이동전화를 사용할 때 이를 의무화하고 있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미국 일부 주에서는 교통법규에 아예 핸즈프리 설치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 결과 미국의 경우 단말기를 보유한 사람이 핸즈프리를 설치하는 비율이 30~40%에 이르고 있다. 이동전화 이용자 10명 가운데 4명은 핸즈프리를 갖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이동전화 서비스가 확산되고 차량 운행중 이동전화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해지면서 핸즈프리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하고 있다. 핸즈프리가 국내에 선보인 초창기만 해도 고급 자동차에나 설치하는 사치품으로 치부됐으나 점차 안전 운행을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돼 핸즈프리 시장규모도 덩달아 수직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IMF 한파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핸즈프리 수요도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핸즈프리시장 규모를 5백억~6백억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핸즈프리시장 규모는 이동전화 가입자 규모를 고려해 어림잡을 수 있는데 흔히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10% 정도를 핸즈프리 사용자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 계산해서 10명 가운데 최소한 1명 정도는 핸즈프리 이용자인 셈이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1천만명이라면 핸즈프리를 이용할 수 있는 잠재고객은 1백만명 정도라는 것이다.
여기에 핸즈프리가 소비자의 구매욕구에 따라 변하는 옵션품목이 아닌 안전 운행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 전망은 밝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자체 상표로 핸즈프리를 생산하는 업체만도 10~12개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상표명도 붙이지 않고 저가로 공급하는 영세한 업체를 고려할 때 핸즈프리업체는 2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IMF 한파로 영세한 업체나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했던 일부 핸즈프리업체가 정리돼 그나마 줄어든 수치지 IMF 이전만 해도 40여개 업체가 난립했다. 업체수만 놓고 보면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같이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업체가 많은 것은 핸즈프리라는 품목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선 핸즈프리는 통신기기와 무선분야에 대한 약간의 기술력만 있으면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자동화된 생산라인없이 소자본과 값싼 생산인력만을 이용해도 충분히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유통망과 대리점만 확보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공급하고 사라져 버리는 치고 빠지기식의 일시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어 크고 작은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는 탄탄한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기반을 잡고 있는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영세하고 기술력면에도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무선전화기, 휴대폰, 무전기 등 다른 통신기기시장과 달리 업체의 부침이 심한 편에 속한다.
지난해 핸즈프리업체는 최대 호황을 맞았다. 중소 및 중견업체는 물론 대기업의 일부 통신관련 계열사까지 사업 참여를 고려할 정도로 인기있는 품목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소 진이 빠져 있는 상황이다. 치열한 시장쟁탈전 이후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IMF탓도 있지만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체에서는 IMF를 계기로 우량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가 뚜렷히 구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기술력없이 자본만으로 무모하게 사업을 벌였던 업체들이 부도 등으로 사업을 접고 있으며 점차 시장 질서가 바로잡혀 가고 있다.
근래에 핸즈프리업체는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은 물론 시분할다중접속(TDMA), 범유럽 표준 이동전화(GSM) 등 다양한 방식의 단말기를 지원하는 수출용 제품 개발과 함께 수출처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끊김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양방향 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일부업체는 부분적이지만 양방향 핸즈프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는 등 수출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좁은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출 일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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