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이동통신] 삼성전자 "모토로라 따라잡기"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에서 이동전화단말기 분야가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 데에는 모토로라와 삼성전자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 스스로 이야기하듯 이동통신단말기 산업에서 국내업체의 기반확보는 모토로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애니콜의 신화에서 시작됐다. 물론 이동전화서비스 초창기에 국내업체 제품은 없었다.

88년 7월 한국이동통신이 휴대폰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대략 93년까지 국내시장에 보급된 이동전화 단말기는 대부분 모토로라가 반제품 조립생산 방식으로 공급한 제품이다.

당시 국내기업들은 모토로라와 총판계약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하하는 형태였고 93년에 가서야 금성통신이 모토로라의 마이크로택Ⅱ를 OEM 생산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초창기 모토로라의 독주는 무서웠다. 93년까지 모토로라는 국내시장의 대부분을 독식, 휴대폰은 곧 모토로라로 통했다.

그러나 91년을 넘어서면서 이동통신단말기는 시장을 형성해나갔고 모토로라의 성공을 눈여겨본 삼성전자 등 단말기 생산업체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업체들은 92년과 93년 자체모델을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으나 모토로라의 뛰어난 제품력과 브랜드 인지도에 밀려 백전백패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삼성의 휴대폰 개발진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최적의 통화성공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한 SH-700은 93년 10월 출시됐고 당해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13%로 치솟았다.

한편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브랜드 응모를 거쳐 「애니타임, 애니웨어」를 의미하는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했고 이후 모토로라 브랜드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홍보작업을 시작했다.

94년 10월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나온 SH-770은 대리점 공략에 성공하면서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고 당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6%로 성장했다.

95년은 모토로라에 대한 삼성의 대대적인 도전과 LG와 현대의 자체모델 출시가 이어진 한해였고 특히 삼성은 휴대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게 됐다. 95년 1월 삼성은 애니콜에 새로운 제품 콘셉트를 가미하며 모토로라와 대등한 경쟁을 시작했다.

통화성공률에 착안한 「한국지형에 강하다」라는 콘셉트가 바로 그것으로 삼성전자는 이를 발판으로 95년 7월에는 휴대폰 시장 1위를 달성했다. 가격인하를 앞세운 모토로라의 대대적인 반격이 이어졌으나 삼성전자의 시장안착을 막을 수 없었고 삼성전자는 95년을 전년대비 3배 이상 신장된 시장점유율 41%의 실적으로 마감했다.

삼성은 96년 누계 시장점유율에서도 43%를 기록, 1위를 유지했다.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산업에서 이같은 삼성의 역할은 몇가지 면에서 기여했다. 먼저 모토로라 일색이던 관련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아성을 물리치고 국내시장을 지켰고 특히 모토로라 지향의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를 바꿔줌으로써 국산제품이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외산 이동전화단말기를 단순 수입해 판매하는 국내업체들의 관행을 이동전화단말기 생산으로 이어지게 해 결과적으로 이동전화단말기를 하나의 산업분야로 정착시켰다.

삼성전자가 몰고온 이같은 변화는 CDMA라는 디지털기술 도입과 함께 이뤄진 디지털이동전화 시장에서 국내기업만의 경쟁체제 확립과 수출산업화의 기반조성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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