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PCB업체, "IMF 무풍지대"

「우리에게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없다.」

지난해부터 국내 전자, 정보통신기기업계를 강타한 IMF 태풍으로 거의 모든 PCB업체들이 극심한 내수 및 수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IMF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업체들도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컴퓨터, 통신기기의 내수와 수출이 초호황세를 구가하던 지난 95,96년 국내에 내로라하는 대부분의 PCB업체들이 다층PCB(MLB), 반도체패키지용 기판인 BGA 등 수요가 폭증하던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데 비해 이들 업체는 오히려 기존 사업을 강화하거나 시장성이 그리 크지 않은 분야에 투자여력을 집중했다.

또 일부 업체는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 내수시장에 안주해온 업체들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와중에도 환율특수까지 누리고 있다.

IMF 상황에서도 조업률 1백%를 유지하며 초호황을 누려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업체로는 하이테크교덴, 청주전자, 서광전자, 원일써키트, 써키트정밀 등을 꼽을 수 있다.

샘플PCB업체인 하이테크교덴은 다른 업체들이 MLB 등 대규모 수요가 기대되는 분야에 투자할 때 오르지 샘플 및 소량, 단납기 PCB사업에만 매달려 현재 국내 대표적인 샘플 전문업체로 부상했다. 하이테크교덴은 지난해 외형이 1백% 정도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1백% 증가한 1백40억원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철 하이테크교덴 사장은 『일본, 유럽, 미국 등지에서 밀려드는 샘플 주문으로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도 모자랄 정도』라며 『이처럼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은 어떠한 형태의 샘플PCB라도 주문에서 납품까지 48시간 이내에 가능한 점이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주전자는 비슷한 규모의 경쟁업체들이 MLB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할 때 오히려 주무기인 양면PCB에 전념, 상대적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경우. 전우창 청주전자 사장은 『지난해 초 경쟁업체들이 국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양면PCB사업 비중을 축소할 때 오히려 양면 생산라인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생산효율 증대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히면서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양면PCB 품질력을 인정받아 1백%의 공장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전자는 이와 더불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테플론PCB사업에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등 새로운 틈새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써키트정밀은 반도체 테스트용 PCB인 번인보드로 순풍을 타고 있는 업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까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번인보드를 국산화, 국내외 반도체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써키트정밀은 올해 국내 번인보드 시장의 60% 정도를 차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강태보 써키트정밀 사장은 『최근 홍콩 PCB업체인 코탄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 번인보드의 수출길도 열렸다』고 밝히면서 올해 1백억원 정도의 매출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일써키트는 특수용도 PCB로 IMF 한파를 헤쳐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소형 전자, 정보통신 부품용 PCB를 전문 생산해온 원일써키트는 올 초 국내 처음으로 메탈PCB 원판을 개발, 모터용 메탈PCB사업을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원일써키트는 이와 더불어 TFT LCD에 들어가는 「윈도타입」 연성PCB 공법을 개발해 국내 유명 모니터업체에 전량공급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서광전자는 수출 전문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중견 PCB업체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한 서광전자는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계획아래 해외시장 개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희술 서광전자 사장은 『올해 3백일 이상을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는 데 투입할 각오』라면서 전체 매출의 80%를 수출로 채운다는 게 서광전자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광전자는 특히 최근 루슨트테크놀로지스로부터 올해의 협력업체로 선정되는 등 해외시장에서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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