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이크론 "TI사 D램부분" 인수 의미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사가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의 메모리부문을 전격 인수하면서 향후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판도변화가 조심스레 점쳐지

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해마다 반덤핑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3사의 발목을 잡아온 눈엣가시같은 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TI 메모리부문 인수를 통한 몸집불리기의 배경이 무엇인지에 국내 업체들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반도체 관련 외신들은 이번 TI 메모리 부문 인수로 마이크론이 일본의 NEC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부상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이같은 분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마이크론은 세계 D램 시장에서 7.9%의 점유율로 5위, TI는 6.2%의 점유율로 7위를 차지했으며 이같은 수치를 단순 산술적으로 합할 경우, 14.1%의 점유율로 지난해 12.1%의 NEC를 앞서면서 18.8%의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를 간발의 차로 뒤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3사는 단기적으로는 이같은 산술식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속성상 「1+1=2」라는 수식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주력 제품이 64MD램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이루어진 마이크론의 결정이 과연 기대한만큼 효험을 거둘 수 있을 지에 의문의 제기하고 있다.

64MD램 분야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3사와 일본의 NEC 등의 생산 기술이 거의 완숙단계에 이른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현재 마이크론과 TI의 64MD램 제품 생산 수준은 월 2백만~3백만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번 마이크론의 TI 메모리 부문 인수는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가능성을 가진 「시한폭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론사는 이른바 슈링크 기술이라고 하는 칩사이즈 소형화 기술로 원가를 최소화하는 데 일가견을 가진 「공정 중심」의 업체인 반면 TI는 D램 분야에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중심」의 기업이다.

이와 관련, 국내 업계는 이번 인수 계약에서 마이크론이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TI가 가진 특허를 로열티 없이 사용한다는 내용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업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D램 생산업체들은 총 생산가격의 2% 정도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TI측에 지불하고 있고 최근의 D램 시장 경쟁이 불과 몇 센트차이에 의해 좌우되는 피나는 가격경쟁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마이크론과 TI의 계약을 「넘버 3간의 연합」으로 평가절하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 내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마이크론의 행동반경이 크게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마이크론이 이번 인수 계약에서 TI가 미국 텍사스와 이탈리아 등에 보유한 3개의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물론이고 싱가포르와 일본에 설립한 메모리 합작회사 지분까지 모두 인수키로 한 것은 전반적인 전략의 변화로 추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줄곧 한국 타도의 선봉에 섰던 마이크론의 이번 TI 메모리반도체 부문 인수는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업체와의 일전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포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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