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지도" 바뀐다 (2);PCB원판시장

지난해 국내 PCB용 원판 시장규모는 페놀계, 에폭시계를 포함해 2천1백만㎡ 남짓했다. 이 중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페놀계 원판 수요가 1천7백만㎡ 정도였고 컴퓨터, 정보통신기기 등 산업용기기에 사용되는 다층PCB(MLB)용 원판 시장규모는 3백60만㎡ 정도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같은 국내 PCB용 원판 수요가 올 들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충격으로 가전, 정보통신기기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내수 및 수출이 크게위축돼 PCB의 수요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소요되는 페놀계 원판량은 월 80만㎡ 정도이고 에폭시계 원판량은 25만㎡에 머물고 있다는 것. 이는 지난해 페놀계 수요가 월 1백40만㎡에 달했고 에폭시계 원판 수요가 월 30만㎡에 이르렀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원판 수요가 이처럼 감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인 LG화학이 이 시장에 새로 참여한 것을 비롯 국내외 공급업체들은 공급량을 확대하기에 급급, 국내 PCB용 원판 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을 빚기 시작했다.

출혈경쟁은 결국 원판업체의 경영난을 불러오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의 경우 올해안에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몸소리가 연초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같은 우려가 최근 들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PCB원판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던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가 하나로 합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 초부터 PCB원판을 본격 공급해온 코오롱전자는 수년간 지속돼온 경영부진에 따른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두산전자에 경영권을 포함한 PCB원판 사업권을 넘겨주기로 했다. 코오롱전자는 PCB원판 사업에 참여한 이후 거의 매년 적자를 기록해 자본금이 거의 잠식될 정도로 누적적자가 심화됐으며 최근 들어 국내 전자, 정보통신기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내부 경기침체로 인한 PCB원판 공급 과잉 사태까지 발생, 더 이상 독자적으로 PCB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

두산전자가 연 6백만장 규모의 페놀계 PCB원판 및 연 1백80만장 정도의 에폭시 계열 PCB원판 생산능력을 지닌 코오롱전자를 인수하게 됨에 따라 두산전자는 연 2천4백만장의페놀계 원판 및 5백80만장 정도의 에폭시계 원판 생산능력을 지닌 세계 최대 PCB원판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국내 PCB원판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던 두 회사가 합병됨에 따라 국내 PCB원판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할 수 있는 거대 PCB원판 공급업체가 탄생하게 됐고 결국 국내 PCB용 원판 시장구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게 될 전망이다.

즉 국내 PCB용 원판 중 페놀계 원판은 두산전자의 지배하에 놓이게 됐고 에폭시계 원판의 경우도 두산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코오롱전자를 합병할 두산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왜냐하면 이 시장 진입을 노려온 LG화학이 코오롱전자의 공백을 메우려들려 할 것이고 히타치, 넬코, 이졸라, 마쓰시타 등 외국 원판업체들도 일부 국내 PCB업체의 두산전자 견제심리를 이용해 국내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코오롱전자가 근 10년 동안 남겨 놓은 국내 PCB용 원판 시장 흔적을 메꾸기 위한 두산전자와 LG화학, 외국계 원판업체간의 밀고 밀리는 시장 선두다툼 경쟁은 올 한해 국내 PCB업계의 최대 핫 이슈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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