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IMF라는 괴물」과 「기술변화」라는 큰 줄기속에서 국내 부품업계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으면서 업계 판도가 새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개혁드라이브로 인해 이미 부실기업들이 퇴출되기 시작하면서 부품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합부품생산업체로 부품업계 중에서 제법 규모가 큰 LG전자부품이 퇴출대상기업에 포함되면서 부품업계의 지각변동을 몰고올 전망이다.
물론 정부의 입김이 미치기전에 대기업들이 사업구조조정에 나서면서 M&A(인수 합병)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적자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경쟁력을 상실한 제품설비들을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조정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부품업계의 시장재편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퇴출대상기업으로 포함되기전 지난해 말에 LG전자부품은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MLCC(다층세라믹컨덴서)생산설비를 삼성전기에 매각하면서 MLCC시장 자체의 판도를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 삼성전기의 독주체제가 형성되면서 일본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기업 M&A의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코오롱그룹의 PCB원판생산업체인 코오롱전자가 동종 업체인 두산전자에 인수, 합병되면서 PCB원판시장의 구도가 일거에 바뀌었다. PCB원판생산의 1, 2위업체의 합병으로 두산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지면서 새로운 도약의 길을 밟을 수 있게 됐다. 부품업계의 지도자체가 바뀌는 M&A사례가 대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휘몰아치고 있는 IMF의 여파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부품업체들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거나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부품업계의 시장도 이런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데 경쟁업체들의 사업포기로 오히려 독점체제를 누리게 되는 사례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공성통신이 AV기기의 부품인 데크메카니즘의 생산을 포기하면서 새한정기는 시장지배력을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게 됐다.
특히 중소부품업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부품업체들은 M&A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커넥터업체들의 경우 국내 중소업체들이 IMF의 한파에 휩쓸리면서 외국업체들로부터 M&A 제의를 받고 물밑논의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물론 기술이 변화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새로운 업체들이 도전하면서 시장의 판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국내 시장을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AV제품이 퇴색하고 통신기기 부품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주문형 반도체 시장에선 신생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기존업체들의 입지를 흔들고 있으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통신기기 시장은 기존업체들보다는 신생업체들의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부품업계의 상황을 각 분야별로 정리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아울러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부품업계의 움직임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를 점검하는 것도 다가오는 21세기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어제와 오늘 내일의 지도가 순식간에 달라지고 있는 부품 산업을 심층 취재해 앞으로 25회에 걸쳐 연재한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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