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과 광기에 둘러싸인 전설 같은 사랑이 시작된다. 찰스 디킨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위대한 유산」은 에단 호크와 기네스 팰트로우의 매력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영화다.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미적 감각과 엠마뉴엘 루베츠키의 촬영은 고전적 로맨스의 유치함과 환상을 현대의 세계로 비교적 안전하게 옮겨놓는다.
영화 「위대한 유산」은 부모를 잃고 엉덩이가 가벼운 누나 메기,그녀의 애인 조와 함께 살아가는 핀 벨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통제해 나갈 수 있는가」하는 물음이 이 영화의 주된 관심사라면 「위대한 유산」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운명이 있다」는 것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핀 벨은 어린 나이에 그의 생애를 지배하게 될 두 번의 운명과 만난다.
첫 번째 운명의 만남은 바닷가에서 시작된다. 그림을 그리러 나갔다가 탈옥수인 루스티그(로버트 드니로 분)를 만나 도와주게 된 핀 벨은 얼마 후 그가 다시 붙잡혀 사형될 것이란 뉴스를 보게 된다. 두 번째 운명의 만남은 조를 쫓아 노라 딘스무어(앤 반크로포드 분)의 정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시작된다.
노라의 조카인 에스텔라와의 짧은 만남이 있던 다음날,핀 벨은 멕시코만에서 최고의 갑부라고 알려진 노라로부터 정식 초대를 받는다. 초대 목적은 조카와 놀아달라는 것. 26년전 결혼식 날,자신을 버리고 떠난 약혼자 때문에 미쳐버렸다고 소문난 노라는 결혼식을 위해 꾸민 정원을 그대로 방치해 둔 채,남자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며 조카와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핀 벨은 상류사회의 도도함과 차가움이 묻어나는 에스텔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에스텔라 역시 핀 벨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후로 1주일에 한번씩 핀 벨은 노라의 집을 방문하고 거기서 얻어진 수익으로 그림을 그리며 성인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에스텔라가 갑자기 파리로 떠나버리고 이에 낙담한 핀 벨은 그림을 그리는 것도 팽개친 채 7년동안 조와 함께 고기 잡는 일로 소일한다. 모든 것이 잊혀질 즈음, 뉴욕의 한 유명한 화랑에서 핀 벨에게 뜻밖의 개인전을 제의해오고,그는 에스텔라를 얻기 위한 욕망으로 다시 그림에 몰두한다.
결코 현실적이라 할 수 없는 고전적 로맨스이지만 소설 「비밀의 화원」을 읽던 동화적 감수성을 느끼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구성의 엉성함과 다소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 싸구려 감상주의로 회귀해버리는 비난을 감수해야겠지만 배우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더할 수 없는 영화적 매력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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